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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실험 본산 풍계리, 6번 도발 뒤 역사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폐쇄 일정 공개한 북한 핵실험의 본산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의 일환이다. 이날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이 폐기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북한은 북부핵시험장)은 북한 핵실험의 본산이다. 여기에는 핵실험을 진행하고 분석하는 연구소와 터널 굴착 등을 전담하는 시공단, 측정설비 관리 기관, 경비단 있었다.

북한이 폐기하겠다고 밝힌 함북 길주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폐기하겠다고 밝힌 함북 길주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 연합뉴스]

 풍계리는 북한 스스로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짜기에 있다”고 할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다. 길주에서도 북북서 방향으로 40여㎞ 떨어져 있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민가에서 떨어진 곳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은 핵실험 폭발력이 실험장에서 100㎞ 거리의 백두산 지하를 자극해 화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풍계리는 중국과 8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중앙포토]

풍계리는 중국과 8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중앙포토]

 북한은 2006년 10월 이후 이곳에서 모두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 지난해까지 네 차례(3~6차)의 핵실험을 실시했다. 김 위원장의 핵 개발 상징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1ㆍ2차 핵실험 직후 핵실험 때 발생한 동위원소(핵종ㆍ核種)를 대기 중에서 포집해 각각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그러나 3차 이후에는 핵종 포집에 실패했다. 이는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지형 및 북한의 핵실험 수준 향상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 실험 때 폭발이 일어나면 순간 온도가 섭씨 1~2억도가량 된다”며 “핵 폭발 때 화강암 속에 포함된 석영 성분이 녹으면서 일종의 코팅 역할을 해 가스누출을 막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2차 실험 때는 폭발력이 약하고 완전한 코팅이 이뤄질 정도의 온도에 도달하지 않아 방사성 물질이 일부 누출됐다”며 “3차 때부터 폭발력이 향상됐고, 실험을 거듭하면서 북한의 밀봉 수준도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핵실험장은 북ㆍ중 국경선에서 약 80㎞ 떨어져 있다. 폭발력이 고스란히 중국에 전달되고, 사고가 날 경우 중국에 곧바로 위협이 될 수 있다. 2016년 이후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이를 우려했을 수 있다.

 풍계리 실험장에는 4개의 갱도 입구가 갖춰진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 뒤 사용하지 않고 있다. 2~6차 핵실험은 2번 갱도를 이용했다. 하나의 갱도에서 여러 차례 핵실험을 진행한 점으로 미뤄 입구는 하나지만 지하에는 여러 개의 터널, 즉 지하 갱도는 나뭇가지처럼 돼 있을 것이라고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터널들을 모두 함몰시켰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며 3ㆍ4번 갱도를 염두에 둔 발언도 했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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