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특수」속의 세계 곡물시장|"식량난 온다" 각 국서 사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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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최대 농산물시장 미 시카고 곡물시장이 요새 거래 홍수를 이루고 있다. 여름내 계속되고 있는 가뭄이 몰고 온 기현상이다.
지난 1·4분기에 비해 3·4분기 중 옥수수선물거래가 63% 증가했고 대두 선물은 48%가 늘었다. 근년 침체에 빠져있던 시카고 곡물시장에 때아닌 호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미국의 가뭄이 심각해지고 캐나다·중국 등 주요 곡물생산국도 한발이 심해지자 전 세계적으로 공급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때에 대비해 미리 곡물을 확보해두자는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공급부족 우려 때문에 곡물 값이 오르고 있다. 좋은 값을 받으려는 농가와 곡물비축업자들이 또한 물건을 다량 내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투기꾼들이 또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대규모 거래량과 투기 등 복합적인 유동성 때문에 가격부심이 크고 이에 따라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값이 계속 오르고 있으며 거래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격상승은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곡물공급량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제일 큰 요인은 역시 최대곡물수출국 미국의 재고사정에 달려있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곡물재고감축에 노력해왔다.
그 결과 작년에 비해 재고량이 대두는 50% 밀30% 옥수수는 2O%가 각각 줄었다.
여기에 한발에 의한 감산까지 겹치면 재고는 훨씬 떨어질 것이며 더구나 캐나다·중국 등의 생산 감소까지 감안하면 세계양곡재고는 상당한 공급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 예상으로는 내년 초 세계양곡재고는 2억5천만t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한다. 세계소비 54일분이다. 73년 세계양곡사정 악화로 재고량이 떨어졌을 때 57일분의 공급량이었다.
당시 밀 값은 2배, 옥수수가격은 3배로 뛰었다. 지난 5월이래 벌써 곡물 값은 50%를 뛰어 오르고 있다. 얼마만큼 뛰어 오를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인상폭은 생산감소량과 심리적 요인 등 현재로서는 측량할 수 없는 요소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측량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곡물생산을 15억2천만t으로 예상하고있다. 작년에 비해 8천5백만t이 적은 양이다. 반면 예상소비량은 16억7천만t. 이 같은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때문에 89일분 공급량의 현 곡물재고가 54일분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곡물생산악화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남부가 홍수피해를 보고 양자강유역의 중부도 가뭄이 심하다. 아르헨티나의 한발도 문제고 캐나다 밀 생산도 정상의 절반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주 의회의 의결로 정부보조금을 받게 되는 미 농가는 계속적인 가격상승으로 장기적으로는 득을 볼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개도국 식량부족국가들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지속적 대미농산물 수입국은 양곡수입 부담이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식량부족으로 아사자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저개발국가의 형편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86년과 87년 양곡재고가 1백일분을 넘어섰을 때도 아프리카 등지에서 굶주림으로 수천만명이 영양부족에 걸리고 수백만명이 굶어죽은 형편이었음을 고려할 때 그 같은 전망이 불가피한 것이다.
미국은 이 같은 공급부족과 가격상승 때문에 저개발국 등에 대한 양곡원조를 줄이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개도국 농수산물 수입시장 개방압력을 더욱 강화하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개도국으로서는 다행이겠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워싱 턴="한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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