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양식을 믿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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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림픽은 평화의 표상이다. 혈통과 문화를 달리하는 세계인류가 한자리에 모여 힘과 기의 경연을 통해 우애와 협력을 다지고 공존을 약속하는 국제적인 축제다.
이 제전이 40일 후면 서울에서 열린다. 이미 외국의 관계자들이 서울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잠실벌에선 예행 행사들이 시작되고 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들어 이 행사를 준비해 왔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마지막 점검단계에 들어갔다. 이 행사의 성공여부는 우리나라의 발전과 국위 선양에 중대한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닥 우려는 떨쳐버릴 수 없다. 혹시 북한에 의한 방해 테러는 없을까, 또는 최근 폭력을 일으키고 있는 과격파 학생그룹에 의한 소란사태가 일지나 않을까 해서다.
이에 대비하여 정부는 오는 23일부터 10월말까지 70일 동안 서울 대부분과 전국 주요도시, 그리고 성화 봉송로 주변 일대를 「올림픽 평화구역」으로 선포하고 이 지역에서의 집회, 시위를 제한할 것이라 한다. 「평화 올림픽 선언문」도 발표하는 등 올림픽 안전을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
서울올림픽은 올림픽 사상 최대규모 일뿐 아니라 인류 집회상 가장 큰 국제행사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국민이 하나의 큰 목표를 위해 사적인 모든 것을 초월하여 대동단결 해야 할 때다.
올림픽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국가의 모든 힘과 국민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 성공적으로 끝내야할 절대절명의 당면과제다.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온 국민이 불편과 부담을 감수하며 협력해야 한다. 정부의 시책에 다소 미흡이 있더라도 국민의 힘으로 협력, 극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과 질서다. 올림픽 안전은 곧 테러의 방지다. 외부로부터의 테러는 보안당국이 맡으면 된다. 내부 소란은 국민적 양식으로 규제하고 자제돼야 한다.
마침 학생단체들이 올림픽기간 중 가두시위를 삼갈 것이라고 한다.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학생들이 이 같은 양식을 바탕으로 행동한다면 안심해도 좋을 듯 하다.
그러나 서울·광주 등 일부지역에서 기업인 또는 경찰관서에 대한 학생들의 폭력행사가 있었다. 더욱이 8·15 남북 학생회담을 둘러싸고 한차례 소란이 있을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일련의 불상사가 올림픽 환경을 저해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3천년 전 그리스에서 고대올림픽이 진행된 상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 도시국가들 사이에서 실시된 이 올림픽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은 전쟁하던 국가들도 무기를 놓고 행사에 참가했다. 경기장에 모인 국가대표들 사이에 화해가 성립되어 전쟁을 종결시킨 예도 많다.
올림픽의 이 같은 평화의 정신과 화해전통이 우리 내부에서 깨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민족의 단결과 우애의 정신을 만방에 과시하는 기회임을 모두가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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