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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조회수 12억뷰, 중드 '북경여자도감'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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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 '북경여자도감'은 쓰촨 출신 여성의 2008년~2018년 10년간의 베이징 생활을 담고 있다. [사진 차이훙위러]

중국 드라마 '북경여자도감'은 쓰촨 출신 여성의 2008년~2018년 10년간의 베이징 생활을 담고 있다. [사진 차이훙위러]

'베이퍄오'는 베이징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베이징 외 지역 호구(户口 호적)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들 중 다수는 고정된 거주지 없이 자주 이사를 다니는 경우가 많다. 베이징에 살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 ‘표류하다, 떠돌다’라는 의미의 ‘漂’자가 붙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외지 출신 청춘 남녀들 #베이징 정착 고군분투기 #

한국으로 치면 지방출신 상경인. 성공의 꿈을 안고 베이징으로 향한 청년 베이퍄오의 삶을 다룬 드라마가 있다.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유쿠(优酷)가 지난 4월 10일 첫 방송한 ‘북경여자도감(北京女子图鉴)’이다. 5월 10일 누적 조회수 12억 뷰를 기록하며 성공리에 종영했다. 일본 드라마 '동경여자도감(东京女子图鉴 2016)'을 중국 상황에 맞게 바꾼 리메이크작이다.

북경여자도감의 인기는 ‘베이퍄오’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의 장이 열리는 계기가 됐다. 위챗,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 수백만 건이 넘는 관련 멘션이 올라왔다.

2017년 인구 통계에 따르면, 베이징 상주인구 2170만 명 가운데 외지인은 약 800여 만 명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된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에서는 거주지가 베이징이라고 해서 베이징 호적을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진 더우반]

[사진 더우반]

베이퍄오, 지방출신 외지인의 고충

"우리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치자. 그런데 우리 둘다 베이징 사람이 아니잖아.
베이징 호적이 없으니 아이가 갈 학교를 선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주인공 천커(陈可 치웨이 역) 남자친구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외지인은 아이 교육뿐만 아니라 주택, 의료, 복지 등 각종 부문에서 베이징인(베이징 호적 소유자)과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베이징 호적이 없는 부부의 자녀는 학교 선택에 있어서도 제한을 받기 때문에 차선으로 국제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비싼 학비를 부담해야 한다.

중국 호적제도는 ‘현대판 신분제’라고 할 만큼 외지인들의 삶을 제한한다. 드라마 북경여자도감 속 주인공은 쓰촨(四川 사천) 출신 여성. 베이징에 집을 사고 싶어 여기 저기서 돈을 끌어 모아 선수금(首付金)을 마련하지만,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길이 막힌다.

중국의 호구증 [사진 후이저우신팡왕]

중국의 호구증 [사진 후이저우신팡왕]

차도 마찬가지다. 면허를 땄어도 차량 번호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베이징에서 자가 차량을 몰려면 추첨을 통해 신규 번호판을 취득해야 한다. '자동차 번호판 할당제'다. 매년 번호판 발행량에 제한을 두는 정책으로,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제 베이징 번호판 당첨 확률은 0.2%까지 낮아졌다.

그러다 보니 베이징 차량 번호판 추첨은 로또 보다 당첨되기 어렵다는 곡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이다. 당첨 되려면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평생의 운이 한방에 몰리지 않는 이상, 각종 관시(关系 인맥)를 동원해도 20만~50만 위안(약 3500만 원~8500만 원)은 들여야 손에 쥘 수 있단다. 베이징에 적을 두지 않은 지방출신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는 홍콩-마카오 통행증(港澳通行证 본토 중국인이 홍콩-마카오에 가려면 발급 받아야 하는 통행증) 수속을 위해서 호적지인 고향까지 가야하고, 시일이 지체되는 바람에 결국 홍콩행이 좌절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북경여자도감 주인공 치웨이 [사진 텅쉰 신원]

북경여자도감 주인공 치웨이 [사진 텅쉰 신원]

사회초년생, 여성, 직장인 모두의 현실 투영

원톱 주인공이 여성이다 보니 20~30대 중국 여성의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겼다. 일과 결혼의 우선순위, 여성의 나이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등 주인공 천커가 고민하는 문제들은 우리나라 여성의 고민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넓게 보면 북경여자도감은  사회 초년생 및 직장인 전체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직장 내 편가르기로 인해 갈등하고, 약속 시간에 2시간 넘게 늦고도 뻔뻔한 고객의 갑질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직장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에 난감함을 표하는 현실에 중국 직장인들은 공감을 표한다. 특히 베이퍄오들은 지하 단칸방에서 베이징 생활을 시작해 이후 친구와 함께 집세를 나눠내는 주인공을 보며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입으로만 현실을 말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는 주옥 같은 명대사가 줄줄이 이어지지만, 실제 주인공은 온전히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 혹은 인맥에 기대 성공을 쉽게 거머쥐었다는 지적이다.

쓰촨 출신 여성이 베이징에 올라와 겪는 현실의 쓴맛은 처음 1~2화로 끝, 그 이후로는 별탈없이 성공가도를 달린다는 것. 사교모임에서 우연히 알게 된 지인의 추천으로 괜찮은 회사를 소개받는다든지. 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을 부풀려 전혀 다른 직종으로 성공적인 이직을 한다는 상황이 지나치게 순조롭고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실제 베이퍄오들은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우연한 기회조차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한다.

또 명품 가방에 대한 집착, 회사 대표 내연녀의 파격 승진과 같은 설정이 다소 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마치 모든 베이징 여성과 베이퍄오들이 배금주의(물질만능주의) 추종자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영화 후래적아문 [사진 DoNews]

영화 후래적아문 [사진 DoNews]

공교롭게도 ‘베이퍄오’ 소재는 올해 노동절 연휴 직전 개봉한 영화 ‘후래적아문(后来的我们)’에도 등장했다. 베이징에 상경해 고군분투하는 남녀의 일대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북경여자도감과 궤를 같이 한다. 누적 박스오피스 13억 위안(약 2200억 원)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베이퍄오 문제가 현대 중국의 사회적 관심사인 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드라마 속 시점이 2008년에서 2018년 현재까지 이동하는 북경여자도감. 덕분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10년 간 급속하게 변화하는 베이징과 중국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베이퍄오 현실을 담은 북경여자도감에 이어 후속작 상해여자도감이 5월 16일 방송을 시작했다. 중국 경제 금융의 중심, 상하이 여성 직장인의 삶은 또 어떤 모습일까.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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