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제4의 제국' 펴낸 작가 최인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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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소설은 내가 쓴 마지막 역사소설이 될 것입니다. 이제야 조상에 대한 빚을 갚은 것 같습니다."

역사소설 '제4의 제국'(전 3권, 여백)을 발표한 작가 최인호(61.사진)씨는 14일 이렇게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가야의 잃어버린 역사를 발굴한 소설을 발표함으로써 소위 '문학에서의 사국(四國)통일'을 달성했다. 이미 그는 고구려('제왕의 문')와 백제('잃어버린 왕국')를 거쳐 통일신라('해신')를 다룬 소설을 발표, '문학 삼국통일'을 이룬 뒤다.

소설은 추리소설 마냥 흥미진진하다. 일본의 고고학자 에가미 나미오가 입국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나미오는 곧바로 경남 김해의 고분을 향한다. 대성동 13호 고분. 잃어버린 700년 역사를 복원하는 첫 단추다. 작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실제로 1990년 김해 대성동 고분에선 획기적인 유물이 발견됐다. 바람개비처럼 생긴 파형동기다. 당시까지 일본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가야 유적지에서 발견됨으로써 역사는 수정되어야 했다."

여기에 작가의 발품이 더해졌다. 그는 파형동기의 원형이 될 만한 증거를 찾아 일본.인도.태국 등을 누볐다. 작가는 파형동기의 원형이 인도의 비슈누 여신에서부터 파생된 것이란 사실을 직접 밝혀냈다. 1400여 년 전 사라진 제국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가야는 남아시아 해양문화를 수용해 일본으로 전파한 주인공이었다.

소설은 신문 연재소설을 다듬은 것이다. 연재 원고에서 800매를 빼고 600매를 새로 썼다. 오랜 연재에 지쳤는지, 작가는 당분간 쉬고 싶어했다. 그리고 미뤄놨던 이스라엘 여행에 나설 계획이다. 거기서 예수의 삶을 다룬 소설을 구상할 작정이다. 그는 "더 이상의 설명은 영업비밀이라 곤란하다"며 말을 삼갔다.

가야 역사를 소설로 복원하겠다는 구상은 20년도 더 됐다. '잃어버린 왕국'을 쓰던 80년대 중반, 고대 백제를 알면 알수록 가야와 일본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소설을 완성한 오늘, 작가는 "일본은 가야 유민이 세운 나라"라며 "제4의 제국은 가야이지만, 거기엔 일본도 들어있다"고 단언한다. 소설을 읽으면 왠지 뿌듯하고 든든하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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