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고무공 던진 것 분풀이” 애꿎은 아이들 뺨 때린 40대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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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머리에 고무공을 튕겼다는 이유로 놀이터에 있던 아이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연합뉴스]

아들의 머리에 고무공을 튕겼다는 이유로 놀이터에 있던 아이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연합뉴스]

아들의 머리에 고무공을 튕겼다는 이유로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초등학생 등에 무차별 폭행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3일 광주 서부경찰서는 김모(42‧회사원)씨를 상해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3일 오후 3시 30분 광주 서구의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이웃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생 3명을 때린 혐의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남자아이 1명이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자신의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머리에 일명 ‘탱탱볼’을 튕기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 때렸다고 밝혔다.

김 씨는 겁에 질린 남자아이가 그네를 타던 여자아이 두 명을 가리키자 이들에게도 폭행을 가했다.

처음 폭행당한 남자아이와 뒤이어 피해를 본 여자아이 두 명은 같은 놀이터에서 놀던 동갑내가 아이들일 뿐 김 씨 아들과는 고무공을 던진 적도, 잘 아는 사이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아이는 김 씨가 얼굴을 때리고 머리를 당긴 뒤 무릎까지 치켜들자 엉겁결에 주변에 있던 여자아이들을 가리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설치된 CCTV에는 김 씨에게 따귀를 맞은 여자아이들이 머리를 휘청이며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분을 삭이지 못한 김 씨가 넘어진 여아의 머리에 발길질하는 모습도 CCTV 영상에 담겼다.

김 씨는 키 175㎝가량에 성인 남성 평균 이상의 건장한 체격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아동들은 전치 2주 상당의 상해를 입고 치료받고 있다.

일부 아동은 폭행 후유증으로 며칠 동안 학교 수업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에는 다른 아이들도 있었는데 폭행 상황을 여과 없이 목격했다.

경찰은 형사과·여성청소년과·청문감사관실 합동으로 전담팀(TF)을 꾸려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피해 아동 심리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는 별도로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김 씨에게 또 다른 아동학대 혐의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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