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댐」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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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평화의 댐 건설이 외지의 조롱기 섞인 논평의 대상이 되고 과장된 북한위협에 대한 과잉대응이 아니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해 그 사실여부를 떠나 불쾌하기 짝이 없다.
평화의 댐이 과연 『…아마도 불신과 낭비의 사상최대의 기념비적 공사』인지 여부를 단정할 수 없으나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국민적 자존심을 손상케하는 일이다. 정부는 이런 외지보도가 나오는 까닭과 그로 인한 국민의혹에 대해 충분히 실명하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정부측의 설명대로 북한이 아직 댐공사에 착수하지는 않았지만 금강산댐 건설을 위한 기초공사를 진행중이고 앞으로 댐을 만들 것이 확실한 이상 그것이 수공용으로 쓰일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위협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한 그에 대비하는 것은 마땅하고 따라서 평화의 댐을 건설한 것 자체는 사리에 어긋난다고 하기 어렵다.
또 북한측의 댐 공사가 예상보다 지지부진했다 하여 한번 시작한 평화의 댐 공사를 중간에 중지하거나 북한측의 공사진척에 맞추어 시공한다는 것도 댐 공사의 성격으로 보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의 금강산댐이 갖는 현실적, 잠재적 위협가능성을 당시 정부가 고의적으로 과장, 확대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86년10월 북한의 댐 계획이 전해진 당시 정부가 금강산댐의 위협가능성을 연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잇따른 고위책임자들의 발언 등으로 온 나라가 이문제로 떠들썩했음은 지금도 기억하는 일이다. 그래서 온 국민이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철부지 어린이까지 저금통을 터는 등 대대적 호응으로 7백억원이란 성금을 모았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든 평화의 댐이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는 권위주의정권의 오랜 수법의 한 상징처럼 외지가 보도했을 때 국민의 허탈감은 얼마나 클 것인가.
정부는 이런 점을 생각하여 북한의 댐건설상황의 실상과 그들의 진의, 그것이 갖고 있는 위협가능성의 정도, 그리고 평화의 댐 공사의 경위 등에 관해 보다 상세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을 통해 국민을 납득시키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객관적인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재평가 작업을 실시해 과연 평화의 댐이 과잉대응이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솔직이 밝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의혹이 풀릴 수 있겠기 때문이다.
「평화의 댐」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문제와 안보의 정치이용이라는 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5공화국 정부가 어느 정도의 국민신뢰바탕을 가졌던들 외지의 몇줄 보도로 곧 그것이 의혹의 대상이 되고 국내의 정치쟁점으로 비화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역대정권이 오랫동안 안보를 정치에 이용해왔다는 국민적 불신감이 뿌리깊게 남아있기 때문에 의혹은 금세 뭉개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다. 당시 정부가 호들갑을 떠는 방식이 아니라 객관적인 정보를 차분하게 국민에게 제시하고 냉정한 분석, 평가를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결정을 내렸던들 오늘의 이런 시비가 일어날 리가 없다.
정부가 마땅히 이런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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