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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60년대 추억의 이발소로 떠나는 여행

중앙일보

입력

 1956년 문을 열고 2014년 폐업한 중앙이용원 사진. 백경서 기자

1956년 문을 열고 2014년 폐업한 중앙이용원 사진. 백경서 기자

"예전 이발소는 동네 사랑방이었습니다. 겨울에는 연탄난로를 피워놓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막걸리를 나눠 마셨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서로를 위한 덕담이 오고 가던 곳이 이발소였습니다." (손경락(63) 뉴바버샵 이발사의 동영상 인터뷰 중)

"이발소 문을 나서면서 누가 알아봐 주지 않는가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손님들. 이발과 면도, 염색을 끝마친 손님들에게 커피 한잔씩을 끓여주면 더 좋아했습니다. 으쓱거리며 뽐내는 손님들이 내게는 최고의 칭찬이었습니다." (박태화(72) 국민이용소 이발사의 동영상 인터뷰 중)

"예전에는 이발, 면도, 세발(머리감기), 안마, 드라이 담당이 따로 있었습니다. 손님 한 명에 대여섯명 종업원이 붙어 서비스했으니 말 그대로 왕 대접을 받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최상호(79) 효성이발소 이발사의 동영상 인터뷰 중)

경산이발테마관에서 볼 수 있는 중앙이용원 내부 사진. 백경서 기자

경산이발테마관에서 볼 수 있는 중앙이용원 내부 사진. 백경서 기자

이발 요금이 60~70원 하던 1960년대 후반. 이발사들은 짜장면 두 그릇값의 이발 요금을 지불하고 기분 좋게 미용실을 나서던 손님들을 바라볼 때 가장 뿌듯했다고 했다. 밥을 준다고 해서,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해서 이발을 시작했단다. 60~70년대부터 이발사로 일했던 이발사협회 소속 이발사 3명의 말이다. 경북 경산시 서상동 이발테마관에 가면 이런 내용이 담긴 이발사들의 동영상 인터뷰를 볼 수 있다.

이발테마관은 1956년 문을 연 중앙이용원이 2014년 폐업하자 중앙이용원의 추억을 복원하고 인근 골목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생겼다.

경산이발테마관 입구. 백경서 기자

경산이발테마관 입구. 백경서 기자

중앙이용원이 있던 서상동 골목은 70~80년대에는 백화점이 들어설 정도로 번화가였다. 하지만 시청, 경찰서 등 공공기관이 하나둘씩 이전하면서 쇠퇴했다. 경산시는 서상동 골목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도시재생을 시작했다. 이발테마관이 첫 사업이다. 경산시는 중앙이용원(26.9㎡)과 인근 낡은 주택(38.2㎡) 한 채를 사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4억5000만원을 들여 이발테마관을 만들었다. 이발을 테마로 한 국내 최초의 전시관이다.

경산이발테마관에서 볼 수 있는 1966년 중앙이용원 요금표. 백경서 기자

경산이발테마관에서 볼 수 있는 1966년 중앙이용원 요금표. 백경서 기자

경산시는 국립민속박물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이발 관련 자료와 이발 기구를 옮겨왔다. 바리캉(이발기), 이발 가위, 소독함 등 이발사의 손때가 묻은 자료들이다. 중앙이용원 폐업 당시의 이발 의자를 비롯해 이용요금표, 새로운 머리 모형(52년), 이용업 영업신고증도 있다. 경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개관 이후 하루 10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

이발테마관에 들어서면 이발소의 상징, 삼색등이 관람객들을 반겨준다. 이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발 자료관에서는 1895년 단발령 이후 등장한 이용업의 역사와 변화상을 관련 자료를 통해 소개한다. 서울 인사동에 1901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이발소 '동흥이발소'와 최초의 여성이발사인 이덕훈 이발사에 대한 설명도 있다.

경산이발테마관. 백경서 기자

경산이발테마관. 백경서 기자

이발소에 한두 점씩 걸렸던 복제 명화인 ‘이발소 그림’도 구경할 수 있다. 60~70년대만 해도 사람들은 미술작품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당시 이발소 그림은 일종의 문화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권력을 상징하는 호랑이, 풍요를 뜻하는 돼지, 장수를 기원하는 학은 이발소 그림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고 한다. 희망과 용기를 주는 짧은 글귀들, 삶의 격언들이 함께 적혀 있기도 했다.

경산이발테마관에 걸려 있는 이발소 그림들. 백경서 기자

경산이발테마관에 걸려 있는 이발소 그림들. 백경서 기자

전시장에는 가발 써보기 체험코너도 있다. 관람객은 자기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의 가발을 찾아 써보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입장료와 모든 체험료는 무료다.

경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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