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기자단 방북무산 “코리아 패싱 아닌 북 언론관 문제”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2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기 위한 남측 취재진 명단을 접수하지 않으면서 우리 기자단의 방북이 무산된 것과 관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코리아 패싱이 아니라 북한 언론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21일 중국 베이징 북한대사관 앞에 취재진이 모여있다. 북한은 이날 판문점 연락채널이 닫힐때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남측공동취재단 초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뉴스1]

21일 중국 베이징 북한대사관 앞에 취재진이 모여있다. 북한은 이날 판문점 연락채널이 닫힐때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남측공동취재단 초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뉴스1]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을 통해 “대단히 잘못된 처사로 유감을 표한다”며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이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언론인에게는 비자를 발급하는 것은 코리아 패싱이 아니라 북한의 언론관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앞서 북측이 취재비 명목으로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일부 국내 언론의 보도를 언급하며 “오늘 일부 언론 보도로는 사실이 아니고, 방북한 4개국 기자들도 부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우리와 다르다. 체면, 자존심을 중시하고 이런 보도에 대해 민감하다”며 “꼭 이것이 비자 거부 사유가 아니겠지만 좀 더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당시) 김정일 위원장을 제가 평양에서 설득, 취재를 허용한 적이 있음을 저는 북측 이해를 위해 지적한 사실이 있다”며“남북관계는 남측의 눈높이로, 북측의 눈높이라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민족의 눈높이, 사랑의 눈높이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이 지난 12일 초청하겠다고 밝혔던 취재진 중 한국을 제외한 미국ㆍ영국ㆍ중국ㆍ러시아 4개국 외신(국제)기자단은 22일 원산에 도착했다.

박지원 의원 SNS 전문

 풍계리 핵시설 폐기 23일~25일을 앞두고 당초 초청대상이었던 우리 언론에 대한 초청 거부는 대단히 잘못된 처사로 유감을 표합니다.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이 미 중 영 러 언론인에겐 비자를 발급하는 것은 코리아 패싱이 아니라 북한의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수 밖에 없습니다.
2000년 8월에도 북한에 비판적인 기사로 조선일보의 취재거부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을 제가 평양에서 설득, 취재를 허용한 적이 있음을 저는 북측 이해를 위해 지적한 사실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언론에서도 방북취재비 1만 달러를 요구 취재장사 한다는 보도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고 방북한 4개국 기자들도 부인했다 합니다.
북한은 우리와 다릅니다.
체면,자존심을 중시하고 이런 보도에 대해 민감합니다.꼭 이것이 비자 거부 사유가 아니겠지만 좀 더 신중한 보도가 필요합니다
남북관계는 남측의 눈높이로, 북측의 눈높이로 바라 보아서는 안됩니다.
민족의 눈높이 사랑의 눈높이로 바라봐야 합니다.

당초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와 관련해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기자단을 초청했지만 지난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연기한 뒤 우리 측 취재진 명단을 접수하지 않으면서 방북이 무산됐다. 베이징~원산간 특별편성된 고려항공 JS622 편을 이용했다. 이들은 특별열차를 이용해 풍계리로 이동한다.

통일부는 한국 취재진의 방북을 위해 이날도 명단 전달을 시도했다. 하지만 북측은 “상부에서 지시받은 것이 없다”며 접수를 거부해 끝내 비자 발급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21일부터 베이징에서 대기 중이던 한국 취재단 8명은 발길을 돌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한국 기자단을 초청했음에도 후속 조치가 없어 기자단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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