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3분의1이 노인, 의료·연금 비용 190조엔" 패닉의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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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90조엔(약 1854조원), 2018년에 비해 60% 증가’
일본 정부가 21일 발표한 2040년 사회보장비 예상치다. 전체 국민들의 연금과 의료, 병 간호,보육 등에 쓰이는 금액 중 자기 부담분을 뺀 금액의 합계로, 개인과 기업이 부담하는 각종 사회보장 보험료와 국가·지자체 세금이 재원이다.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鳩山)마을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노인들.[중앙포토]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鳩山)마을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노인들.[중앙포토]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일본 사회의 사회보장비는 121조엔, 22년뒤엔 지금보다 60%가 늘어난다. 2040년 사회보장비가 국내총생산(GDP)중 차지하는 비율도 현재(21.5%)보다 2.5%포인트 높은 24%로 추산됐다.

22년 뒤 65세 이상 인구 4000만명 육박 #日정부 추산 노인 병간호비 현재의 2.4배 #생산가능인구는 지금보다 1500만명 줄어 #"부담 늘어나니 각오하라" 대국민 메시지

그런데 일본 정부는 왜 2040년을 기준으로 사회보장비를 추산했을까.
2040년엔 65세이상의 인구가 4000만명에 가까워져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된다.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에 이어 이들의 자녀들인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1~1974년생)까지 고령자 대열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반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지금보다 약 1500만명이 줄어든다. 또 세금ㆍ보험료 등을 통해 사회보장시스템 전체를 지탱하는 취업자들의 수는 1000만명 가깝게 줄어들게 된다.

사회보장비들 중 가장 급속도로 오르는 것은 병 간호 비용이다. 현재(10조7000억엔)의 2.4배인 26조8000억엔 수준으로 추산됐다.

2040년엔 85세를 넘는 인구가 현재의 2배인 1000만명을 넘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병 간호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의료비는 현재보다 75% 증가한 68조5000억엔, 현역 세대의 감소로 자연적으로 수령액이 줄어드는 연금은 현재보다 29%늘어난 73조2000억엔 수준이다.

육아 비용은 현재의 7조 9000억엔보다 늘어난 13조1000억엔이다. 저출산으로 아이들의 수는 줄지만, 무상화가 확대되면서 보육 환경 정비에 들어가는 돈이 늘어 나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용이 최고조에 오르는 최악의 해를 상정함으로써 일본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의도인 셈이다. 다시말해 ‘앞으로는 정부가 관련 비용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여러분의 부담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2040년 사회보장비에 들어가는 국가와 지자체의 세금은 현재의 47조엔보다 33조엔 늘어난 80조엔으로 예상된다. 또 현역 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현재 70조엔에서 107조엔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사회보장 제도를 지탱하고 있는 세대의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대기업의 회사원이 부담하는 의료ㆍ병간호 보험료율은 연 수입의 13.9%수준으로 현재보다 3.2%포인트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4월 일본 중의원에 출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일본 중의원에 출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언론들에선 “재원마련을 위해선 2019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8%에서 10%)을 예정대로 시행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과거 두 차례나 인상을 연기했던 아베 총리가 과연 경기 악화를 무릅쓰고 이를 단행할지는 불투명하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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