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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장인의 장으로 끓여낸 능이버섯찌개·청국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심식당 │ 자연애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 [사진 이윤화]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 [사진 이윤화]

소문난 미식가들이 가심비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 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 이번엔 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작은사진)가 추천한 한식당 ‘자연애’입니다.

이윤화 대표는 2005년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 2006』을 내놓은 이후 꾸준히 가이드북과 여러 매체에 맛집 칼럼을 기고하며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맛집을 소개해왔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전국 곳곳으로 출장을 다니며 컨설팅과 강연으로 바쁜 이 대표에게 ‘자연애’는 송파구에 갈 때면 꼭 방문하는 동네 밥집이다. 이 대표는 “기순도 장인의 장을 비롯해 식재료까지 좋은 것만 고집하는 맛집으로 특히 능이버섯을 듬뿍 넣어 끓인 담백한 찌개는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메뉴라 좋아한다”고 말했다.

심우웅(왼쪽) 자연애 대표는 막내 이모이자 국내 손꼽히는 식품 명인 기순도(오른쪽)씨의 장으로 음식을 만든다.

심우웅(왼쪽) 자연애 대표는 막내 이모이자 국내 손꼽히는 식품 명인 기순도(오른쪽)씨의 장으로 음식을 만든다.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주택가 골목에 자리잡은 한식당 ‘자연애’. 방이동에서 삼겹살 가게를 운영했던 심우웅 대표가 2009년 자리를 옮기며 한식당을 열었다. 심 대표는 “당시 한정식집은 가격이 비싸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한정식 메뉴 중 인기 메뉴 몇 가지에 나만의 요리를 대표 메뉴로 선보이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마침 아내가 사찰요리의 대가인 선재 스님에게서 요리를 배웠기에 부부가 힘을 합하면 남들과 다른 한식을 차려낼 자신도 있었다. 그때 주목한 식재료가 ‘연잎’이다. 심 대표의 고향인 곡성에서 농사지은 연꽃으로 연잎밥을 지었다.

풍미가 뛰어난 능이버섯과 소고기를 듬뿍 넣어 끓인 담백한 ‘능이버섯찌개’.

풍미가 뛰어난 능이버섯과 소고기를 듬뿍 넣어 끓인 담백한 ‘능이버섯찌개’.

자연애의 메뉴 가짓수는 단출하다. 청국장과 3종류의 정식뿐. 대표메뉴는 들깨 수제비·잡채·샐러드·나물 무침에, 연잎밥과 청국장 등 건강한 메뉴들로 한 상 가득 차려낸 연잎밥정식이다. 그 외 더덕구이와 훈제오리를 추가한 자연애정식, 청국장 대신 능이버섯찌개를 주는 능이버섯정식이 있다. 정식 가격은 1만~2만원.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한 건강식을 맛보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았고, 특히 입맛 까다로운 주부와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직접 말려 풍미가 진한 능이버섯과 소고기 사태를 듬뿍 넣어 끓여낸 능이버섯찌개가 포함된 능이버섯정식이다.

10년간 식당을 운영한 심대표는 3년 전을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는다. 각종 나물이며 장까지, 대부분의 식재료를 보내주시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심란해 하던 심 대표에게 국내에서 장으로 손꼽히는 식품명인이자 막내 이모인 기순도 명인이 먼저 연락했다. 죽염으로 담근 간장·고추장 등 장류에 청국장까지 보냈다. 심 대표도 다시 힘을 내 요리에 집중했고 다행히 손님들의 발길은 다시 이어졌다. 그는 “이 골목까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찾아와 ‘예전 그 맛을 찾아왔다’고 말할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글·사진=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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