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토 장」된 통일문제「토론」|이규진<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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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우리사회 일각에서 큰 목소리로 거론되고 있는 통일논의는 다분히 감상적이고 용공 적인 발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경계해야 된다.』『운동권 학생들과 이들에 아첨하는 일부 정치인·지식인들은 속물적 진보주의자들로 그들이 내세우는 통일론은 진정한 통일염원에서 나온 것이 아닌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3일 오후 통일문제에 관한 이북 5도민 토론회가 열린 건설회관 대회의장에서 요즘 세태를 비웃는 우익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요즘 각종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는 운동권의 통일논의에 어느 듯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오히려 색다른 느낌마저 주었다.
실향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이북 5도민이라는 특수입장을 고려한다면 그들의 이 같은 주장들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가치와 인식이 일대 전환의 고비를 넘고 있는 시점에서 이날 토론회의 주장 중에는 너무 감정적이 아니냐고 일부 층에 의해 느낄 만한 대목이 적지 않았다.
운동권학생들의 통일논의가 감상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이북 5도민의 주장은 좀더 차분하고 논리적이어야 설득하고 교육시키는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50대 이후의 토론자와 방청객들이 대부분인 토론회에서 요즘 젊은이와 진보적 지식인을 성토하는 것보다는 대학생 등 젊은 층을 초청해 서로 다른 각도에서의 체험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우익적 주장의 확산을 위해서도 좋고 국민적 합의를 이뤄 나가는 데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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