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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낮춘 고혈압 기준, 한국선 '140/90' 유지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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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재고 있다. 지난해 고혈압 기준이 내려간 미국과 달리 우리는 현행 기준을 유지키로 했다. [중앙포토]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재고 있다. 지난해 고혈압 기준이 내려간 미국과 달리 우리는 현행 기준을 유지키로 했다. [중앙포토]

국내 고혈압 판정 기준이 현행대로 ‘140/90mmHg’를 유지하게 됐다. 대한고혈압학회는 18~19일 춘계학술대회에서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을 공개했다.

고혈압학회, 2018 진료지침 공개 #"임상 자료 불충분" 기준 안 바꿔 #'전 단계' 등으로 5년 만 일부 개정

 미국심장협회ㆍ심장학회(AHAㆍACC)가 지난해 11월 고혈압의 정의를 수축기 혈압은 140mmHg에서 130mmHg 이상으로, 이완기 혈압은 90mmHg에서 80mmHg 이상으로 변경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고혈압을 앓는 환자는 심장질환 위험성이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포토]

고혈압을 앓는 환자는 심장질환 위험성이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포토]

 대한고혈압학회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 기준을 그대로 따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결론 냈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심혈관·뇌혈관 질환 위험도 평가 모델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 고혈압 기준을 낮출 경우 심혈관·뇌혈관 질환을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기준이 낮아지면 30세 이상 성인의 절반가량이 환자가 되면서 사회적 비용은 급증하지만, 실제 효과가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

 질병관리본부도 18일 '고혈압 진단 기준의 최근 동향' 보고서에서 미국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미국이 기준 변경 근거로 삼은 연구의 대상에 아시아인이 소수이고, 연구 대상자의 체질량지수(BMI)가 국내 평균과 차이가 크며, 당뇨병ㆍ뇌졸중ㆍ심부전 환자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오른쪽)은 18일 제주 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혈압 진료지침 변경 등을 설명했다. 사진은 예전에 진행했던 학회 행사 모습. [뉴스1]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오른쪽)은 18일 제주 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혈압 진료지침 변경 등을 설명했다. 사진은 예전에 진행했던 학회 행사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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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의 기준을 140/90mmHg로 유지하고, 정상 혈압(120/80mmHg)의 기준도 바꾸지 않기로 했다. 다만 5년 만에 혈압 분류를 좀 더 세밀하게 나눴다. 2013년 지침은 120~129/80~84mmHg를 고혈압 전 단계 1기로, 130~139/85~89mmHg를 고혈압 전 단계 2기로 정의했는데, 이번에 120~129/80mmHg를 '주의 혈압'으로, 130~139/80~89mmHg는 '고혈압 전 단계'로 정의했다. 만성 콩팥질환자 등 위험군은 약물치료를 권고했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충북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은 "고혈압 전 단계는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최고 2배 증가하므로 적극적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주의 혈압을 넣은 이유는 가능하면 혈압을 정상 범위에서 유지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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