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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녹화는 왜 첫번째 남북교류사업이 됐나... 김정은 한마디에 산림과학대 신설되기도

중앙일보

입력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가 가장 먼저 공식화한 남북 교류 사업은 산림협력이다.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는 남북관계발전 분과 아래에 산림협력 연구 태스크포스(TF)를 두기로 했다고 지난 3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산림협력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도 “산림협력은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과 리설주가 지난해 3월 2일 북한 식수절(식목일)에 만경대 혁명학원을 찾아 원아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중앙포토]

북한 김정은과 리설주가 지난해 3월 2일 북한 식수절(식목일)에 만경대 혁명학원을 찾아 원아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중앙포토]

 김정은은 집권 이후 2023년까지 나무 65억 그루를 심는 산림조성 10개년계획(2014~2023)을 추진 중이다. 그는 2014년 11월 중앙 양묘장 현지 지도에서 “벌거벗은 산림을 그대로 두고, 이제 더는 물러설 길이 없다”며 “전후복구건설 시기 온 나라가 떨쳐나 잿더미를 털고 일어선 것처럼 전당, 전군, 전민이 총동원돼 산림복구전투를 벌이자”고 말했다.

 북한 식수절(식목일)인 3월 2일에 주민을 총동원한 나무 심기 행사도 김정은 체제 들어 부각되고 있다. 김정은도 지난해 식수절 때 부인 이설주와 만경대혁명학원을 찾아 함께 나무를 심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1953년생 반송을 심는 공동 기념 식수를 했다.

북한 노동신문 지난 2017년 3월27일자

북한 노동신문 지난 2017년 3월27일자

 지난해에는 김일성 종합대학에 산림과학대학이 신설됐다. 김정은 지시 3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3월 27일 “김정은 동지께서는 산림과학부문의 종합적인 인재육성 기지를 창설할 것을 몸소 발기하시고 이 대학을 김일성종합대학에 내오도록 하여 주시였다”며 “석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산림과학부문 30여개의 과목들이 개척되고 그에 따르는 교수안들이 작성되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산림과학대학까지 신설한 것은 산림 황폐화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해소할 목적으로 손상시킨 산림이 이후 홍수와 가뭄, 산사태 등 자연재해의 주 원인이 돼 몸살을 앓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90년 820만ha(헥타르)였던 북한의 산림은 2015년 503만ha로 줄어들었다. 25년 만에 북한 산림의 약 40%가 사라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인근 '소떼 길'에서 기념 식수를 하고 있다.   ''소떼 길'은 1998년 6월 16일 고 정주영 그룹 명예회장이 민간인 신분 최초로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간 길이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인근 '소떼 길'에서 기념 식수를 하고 있다. ''소떼 길'은 1998년 6월 16일 고 정주영 그룹 명예회장이 민간인 신분 최초로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간 길이다. [중앙포토]

 방제 약제와 기술 부족으로 심어 놓은 나무가 제대로 관리 되지 않는 것도 북한 산림 황폐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1999년부터 민간단체 중심으로 북한 묘목과 산림 병해충 방제 작업 지원 등에 나섰지만,  2010년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 시행 이후 현재는 모두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남북고위급회담이 재개되는 대로 북측에 묘목을 심는 것부터 병해충 방제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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