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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배현진 “권력자 이름 기댄 정치는 구태…1위 확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슬비가 내리던 17일 아침, 배현진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가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채 집에서 잠실새내역 8번 출구로 뛰어왔다. “왜 뛰세요” 물으니 “그냥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그는 지나가던 할아버지ㆍ손자 주민에게 바투 쪼그려 앉아 대화를 건넸다. 이날 동행 취재에 나선 밀착마크가 본 배 후보의 이미지는 차갑고 도도하다기보단, 둔감하고 털털한 옆집 누나 느낌이었다.

배현진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잠실새내역 근처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배현진 캠프 제공]

배현진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잠실새내역 근처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배현진 캠프 제공]

첫 질문은 자연스레 배 후보의 이미지로 시작됐다.

세간에 차가운 이미지가 강하다.
사실은 되게 허술하고 털털하다. 앵커를 오래 하다 보니 경직된 모습이 많이 비친 것 같다. 하지만 매일 주민들을 만나 눈을 맞추고 웃음 짓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분들도 제 본 모습에 공감해 주신다. 제 얘기를 듣곤 “그동안 고생이 많았겠다”며 우시던 주민도 있었다.  
MBC 동료들이 배 후보의 ‘갑질’ 의혹을 여러 차례 제기하기도 했다.
거짓 논란을 만들어야 했던 분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최근엔 수상 부풀리기(대학 시절 교내 토론대회 수상 내역을 은상에서 금상으로 한 단계 높게 표현)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서면경고를 받기도 했다.
내 실수가 맞다. 선관위 절차는 당연히 존중한다. 이번을 계기로 선출직 공직자 자리가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사소한 것도 처신을 더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출근길 비가 거세지면서 배 후보가 잠실새내역 안으로 이동해 시민들과 인사하는 모습. [배현진 캠프 제공]

출근길 비가 거세지면서 배 후보가 잠실새내역 안으로 이동해 시민들과 인사하는 모습. [배현진 캠프 제공]

2008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한 배 후보는 2010년부터 8년간 뉴스데스크 앵커를 지냈다. 2012년 노조 파업에서 103일간 파업하다 노조를 탈퇴하고 앵커로 복귀해 노조 측과 불화를 빚었다. 지난해 말 해직 PD 출신 최승호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 앵커에서 제외됐다. 이후 3개월간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3월 8일 MBC를 퇴사, 다음날인 9일 한국당에 입당했다.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사실 전달할 수 있어야”

정치에 발을 들인 지 두 달 넘었다.
두 달 지났지만, 여전히 햇병아리다. 점점 깨닫는 건 있다. 3월 9일 입당식 때는 추상적인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제는 정치라는 게 고매하거나 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쉽고 생활에 밀착해있는 분야란 걸 배우고 있다.  
왜 한국당을 택했나.
야당, 특히 보수가 힘들기 때문이다. 가고자 하는 사람이 넘치는 상황이었으면, 난 아예 정치할 생각도 안 했을 거다. 지금 한국당이 힘들다는 것도 알고, 정부ㆍ여당을 비판하면 수많은 화살이 내게 돌아올 것도 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나. 윤이 나는 꽃길보다는, 어렵지만 소신을 지켜나갈 가시밭길을 택했다. 상처받는 자리도 가치 있는 자리라는 건 MBC 파업 사태 때 몸소 배웠다.
MBC 파업 때 노조 탈퇴로 비판을 받았는데.
나도 처음엔 파업 취지에 동의해 함께 했다. 하지만 점점 그 가치가 변질됐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노조원도 많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만두면 모든 욕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내가 생각하는 원칙을 지키고 싶었다. 지금 정치에 나온 것도 그때 심정과 비슷하다.
지켜야 할 소신은 무엇인가.
견제와 균형이다. 정부ㆍ여당의 독재와 횡포가 심하고, 견제 세력은 비판을 받고 있다. 우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면, 모든 백성이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도 멋진 옷을 입었다며 찬양 일색이다.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기 두려웠던 거다. 그런데 한 꼬마 아이만이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말한다. 나도 그런 정직하고 솔직한 말을 하고 싶다. 정직의 가치판단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누군가는 그걸 말해주고 논쟁할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비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다. 이날 배 후보의 일정은 잠실새내역 출근길 인사로 시작해 부동산 관련 주민 간담회-석촌 경로당 배식 봉사-새마을 시장 인사-시장 닭강정 집 점원 체험-파크 하비오 퇴근길 인사로 이어졌다. 배식 봉사 이후 예정됐던 시장 인사는 폭우가 내려 보류됐다. 덕분에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송파을 재선거 얘기를 꺼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배현진 후보 캠프 사무소 입구의 현수막. 김준영 기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배현진 후보 캠프 사무소 입구의 현수막. 김준영 기자

“선거 1위 확신…낙선은 생각지도 않아”

현실적으로 현재 여당 후보와 지지율 차이가 크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앵커 때 선거방송 많이 해봤고 출구 조사 보도도 해봤지만,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기적은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고 몸소 느끼는 것들이 내게 확신을 주고 있다. 여론조사를 부정한다는 건 아니다. 현 상황은 겸허히 생각하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더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최재성 후보는 자칭타칭 ‘문재인의 복심’이다.
최 후보의 국회 경력은 인정한다. 비록 정치 경력은 짧지만, 현실 정치라는 건 누구한테 기대서 하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 권력자 이름에 기대는 정치는 구태이며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권력자에 기대지 않고, 기존 정치에 편승하지 않고, 주민으로부터 정치를 배워나가겠다
배현진 후보가 서울 송파 새마을 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배현진 캠프 제공]

배현진 후보가 서울 송파 새마을 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배현진 캠프 제공]

지지율 끌어올릴 자신 있나.
부동산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와 보유세 폭탄이 송파에 집중되면서, 주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정부는 공정과세라고 하지만, 실제 과세 대상자는 역차별이라고 느낀다. 주민들은 현 여당을 송파 주민이 밀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보복성 과세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그만큼 주민들의 허탈감과 반발심이 크다.
전국적인 이슈 중 관심사라면.  
남북문제다. 관련 공부(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석사과정 수료)를 했다 보니, 최근 남북관계 관련해서도 걱정이 든다. 평화는 모두의 바람이지만, 든든한 안보가 전제돼야 한다. 어제(16일) 뉴스를 보니 남북 고위급회담이 취소됐더라. 감정이 앞서면 평화 통일을 위한 여러 단계가 생략되면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앞서 천안함ㆍ연평도 등 수많은 국군 장병의 희생이 있었고, 이들에 대한 사과도 받아야 한다. '덮어놓고 통일'이 아닌 절차적 통일이 돼야 한다.
선거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나.
당연히 1등을 확신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 계속 하나.
낙선한다는 가정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정치의 시작과 끝을 송파에서 할 것이다.
배현진 후보가 서울 송파 새마을 시장의 한 닭강정집에서 일일 점원 체험을 하는 모습. [배현진 캠프 제공]

배현진 후보가 서울 송파 새마을 시장의 한 닭강정집에서 일일 점원 체험을 하는 모습. [배현진 캠프 제공]

그는 “주민들을 만나면 ‘젊은 여자라 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종종 듣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때마다 ‘저는 곧 마흔인 데다, MBC에서 일할 땐 열 남자가 배현진 하나를 못 이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일해왔다’고 설명해 드리곤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배 후보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라는 질문에 그는 “저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분명히 안다. 그분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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