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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3번째 몰카범죄 언급 왜?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몰카범죄, 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며 “수사기관들이 조금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5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우리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한 뒤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옛날에 살인, 강도, 밀수나 방화 같은 강력범죄가 있었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몰카범죄 등도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등을 보면 가정폭력을 신고하면 곧바로 접근금지를 하고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한 뒤, 사실이 확인되면 엄하게 처벌한다”며 “이런 식으로 성차별적 사회를 바꿔나간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도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 사건을 다루는 관점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몰래 찍어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모씨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서 나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부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몰래 찍어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모씨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서 나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부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홍익대 누드크로키 모델 몰카 유포사건이 편파 수사, 사법 불평등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피해자가 남성이라 신속한 수사가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성별에 관계 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5일 현재 34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은 몰카 피해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이 국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 대상 몰카 사건들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달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몰카범죄를 공식 회의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도 두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몰카범죄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9개월여 만에 몰카범죄를 다시 언급한 것은 제도 개선에서 나아가 수사 기관의 엄정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출신이어서 인간 보편의 권리에 대한 의식이 강한 것 같다”며 “그런 연장선상에서 수사기관의 성차별 금지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성폭력 고발운동인 ‘미투(#MeToo)운동’ 지지입장을 밝히며 “특히 강자인 남성이 약자인 여성을 힘이나 지위로 짓밟는 행위는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어떤 관계이든, 가해자의 신분과 지위가 어떠하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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