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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러시아월드컵, 통쾌한 반란 기대하라"(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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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 28명 명단을 공개한 뒤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이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 28명 명단을 공개한 뒤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월드컵에서 3전 전패를 당할 텐데 뭐하러 나가느냐는 이야기와 댓글을 많이 접했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함께 힘을 모아 헤쳐나가겠다. 러시아에서 통쾌한 반란을 일으킨 뒤 귀국해 국민들과 팬들에게 따뜻한 환영을 받고 싶다."

 신태용(38) 축구대표팀 감독이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나설 28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오는 6월3일 유럽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하기 전까지 28명으로 경쟁한 뒤 5명을 추려 23명의 최종엔트리를 확정한다는 게 신 감독의 복안이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러시아월드컵 엔트리를 공개하며 미드필더 이승우를 호명하고 있다. [뉴스1]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러시아월드컵 엔트리를 공개하며 미드필더 이승우를 호명하고 있다. [뉴스1]

김민재, 김진수(이상 전북) 등 주축 수비진의 잇단 부상을 감안해 오반석(제주), 김영권(광저우 헝다), 권경원(텐진 취안젠) 등 수비자원을 대거 보강한 신 감독은 "부상 때문에 기존에 준비한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줘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조직력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선수들의 적응력과 기량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공격진에서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문선민(인천) 등을 추가 선발한 배경에 대해서도 "염기훈(수원)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 한편, 체격조건이 뛰어난 상대 선수들의 허점을 파고들 공격 옵션을 확장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상대팀들에 비해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만큼,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조직력 뿐"이라면서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신태용 감독 기자회견 전문.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소감은.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5명의 선수를 추가했다. 김민재 염기훈은 35인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듯이 짧으면 4주, 길게는 6주 정도의 이야기가 나왔고, 정밀진단 결과 최소 8주에서 10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보고가 올라와서 35인 명단에 넣지 않았다. 김진수는 가벼운 조깅은 소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회복됐다는 이야기를 들어 국내 훈련에 합류해서 몸 상태를 지켜보고 최종 엔트리 발탁 여부를 고민하겠다. 결원이 많다보니 수비의 오반석, 미드필드의 문선민과 한국 축구의 미래라 생각할 수 있는 이승우까지 명단에 포함시켰다. 가장 힘든 부분은 수비다. 센터백 6명을 일단 발탁했는데, 이 선수가 모두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월1일 전주 경기까지 함께 생활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6월3일 출국할 때 23인 체제로 갈 예정이다. 이승우와 오반석, 문선민이 처음 발탁한 선수들인데, 짧은 기간이지만 이 선수들이 얼마나 활약하느냐에 따라서 월드컵에 갈 수도 있다. 앞으로 4주 정도의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수비라인과 새 선수들의 조합을 잘 맞춰서 축구팬들과 국민들에게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이승우를 선발한 판단 근거는.
20세 이하 월드컵 때 함께 생활했고, 장단점을 함께 파악하고 있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팬들과 언론이 이승우를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당시에는 이승우가 바르셀로나에서 베로나로 이적하면서 적응을 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많은 출전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많이 성장했고, 첫 골을 넣으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뽑았다. 이승우가 월드컵에 간다고 가정하면 상대 수비 뒷공간과 돌파를 활용할 수 있다. 작은 선수가 민첩하게 움직이면 상대 수비진을 괴롭힐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문선민은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그동안 선발한 적이 없었는데. 이청용을 선발한 계기는.
명단을 발표했지만 이 중에 누가 월드컵에 갈 지는 모른다. 5명의 선수가 탈락해야한다. 6월3일 출국할 때 23인 명단을 발표하기 때문에 이청용도 100% 월드컵에 간다고 볼 순 없다.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던 부분을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며 조직력을 얼마나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문선민은 인천 경기를 보러가서 스웨덴에서 5~6년 고생하면서 그 경기 방식에 적응한 선수라는 점을 높이 샀다. 100m를 11초대에 뛸 정도로 빠른 선수다.

-가장 선발을 고민했던 포지션은. 5명을 추려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수비라인에 대한 고민이 컸다.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부상 때문에 하지 못할 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5명이 러시아월드컵에 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늘 강조하는 건 나 자신보다는 팀을 위해,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는 상대보다 5발 이상, 10발 이상 더 뛰어야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팀 분위기를 와해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 하는 모습, 희생하는 모습, 앞장서는 모습을 보겠다.

-최철순, 이창민을 제외했는데.
이번 월드컵에 가기 전까지 50명의 선수가 대표팀에서 A매치에 참가했다. 이 선수들이 상당히 힘든 부분을 함께 고생했기 때문에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모든 선수들이 함께 가면 내 마음도 아프지 않겠지만, 반 이상이 탈락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나도 1994년 1998년 2002년 월드컵 때 본선을 가보지 못했다. 나는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세 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최철순과 이창민은 동고동락하면서 마지막에 엔트리에 들어오지 못했는데, 포지션별로 감안했다. 이창민은 마지막에 부상이 와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유럽 선수들과 상대했을 때 경쟁력까지 고려했다. 최철순도 우리 수비수 중에 최고의 파이터지만 투지나 모든 면에서 뒤쳐지지 않는 선수지만 우리 코칭스태프와 머리를 맞대고 결정한 부분은 상대가 신체적인 조건이 좋은 점, 공격에 가담했을 때 마지막 마무리 패스에서 부족한 점을 두루 감안했다.

-수비수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데.
이 선수들 발탁하면서 논란이 또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나와 선수들이 함께 안고 가야할 부분이다.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건 선수들 본인이 최선을 다 해주는 것 뿐이다. 김영권 권경원은 팀에서 경기를 계속 출전해 감각을 많이 끌어올려놓은 상태기 때문에 이 선수들이 이제까지 했던 것보다 훨씬 잘 해야한다. 자신들에 대한 논란을 스스로 잠재워주길 기대한다. 들어와서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코칭스태프도 열심히 돕겠다.

-23명 또는 23명+알파 에 대한 결정의 배경은.
부상자가 나오지 않았다면 23명으로 정해두고 싶었다. 조직력을 가다듬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부상자가 많이 생기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추가 선수를 뽑았다.

-마지막에 5명을 추리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클텐데, 이청용에게 이런 부분까지 주지시켰나.
따로 언질은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청용을 만났을 때 많은 대화를 나눴다. 월드컵을 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끈을 놓지 말라. 계속 준비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청용에 대해서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과 30분 가까이 통화하면서 정보를 공유했다. 이청용이 팀에서 경기를 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도 했다.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은 팀 상황상 많은 경기에 내보내긴 어렵지만 이청용의 몸 상태가 매우 좋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청용은 2010년 2014년 두 번의 월드컵을 경험했고 내가 가지고 있는 포메이션에서 이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승우를 월드컵 28인에 넣겠다고 결정한 점은.
이승우는 베로나에서 경기를 뛰는지의 여부를 꾸준히 코칭스태프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스웨덴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이 선수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청용을 발탁한 부분에 대해서는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이청용이 크리스탈 팰리스가 아닌 다른 팀에 갔다면 경기에 나왔을 수도 있다. 같은 포지션에 팀의 최고 선수 두 명이 있다보니 경쟁에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 이청용은 두 번의 월드컵을 경험했고, 개인 스킬은 탁월한 선수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팀이 가져가고 싶은 포메이션에 잘 어울리는 선수다. 우리에게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6월1일까지 지켜보자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금 당장 이청용이 월드컵 본선에 가는지의 여부는 미리 말 할 수 없다. 러시아 월드컵에 못 가게 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오반석은 언론에서도 거의 감지하지 못했는데.
나의 본심은 김민재가 부상당하지 않았다면 오반석이 발탁되긴 쉽지 않았다. 제주 경기를 봐오면서 오반석은 1m89cm의 체격조건과 맨투맨 수비에 강하지만 빌드업이 약해서 대표팀에 뽑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를 버텨내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먼저 실점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이 컸고, 그래서 오반석을 뽑았다.

-23인이 최종 결정되기 전에 국내에서 치르는 두 차례의 평가전은 테스트가 많이 이뤄질 것 같은데.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유럽에 많이 있는데, 어제로 일정을 마쳤다. 이 선수들이 1년 동안 힘든 여정을 달려왔기 때문에 일단은 피로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다. 28인을 소집하는 만큼 국내 평가전은 새로운 선수들 위주로 평가전을 치르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공격에서 흐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카드가 상대에게 너무 노출된 것 아닌가.
월드컵에 많은 옵션을 가져갈 수 있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껍지는 않다. 있는 선수들 중에서 전술 활용도를 최대한 극대화시키는 게 목표다.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 아니다보니 있는 선수들 중에서 포메이션을 2~3개 정도로 함축해서 가져가는 게 유리할 것 같다.

-추가 5명을 선발하면서 수비에서 4명 이상 빠질 수 있다. 경쟁 열기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수비 조직력의 극대화 방안은.
수비는 조직력이 생명이다. 개개인의 능력이 강하면서 조직력도 탄탄하면 최고의 팀이 된다. 현실적으로 수비수들이 일대일에서 강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월드컵 직전에 수비라인에서 김민재 김진수 두 명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고민이 크다. 센터백을 더 많이 뽑은 것도 스리백과 포백을 함께 가져가기 위한 고민이다. 이 선수들이 조직력을 좀 더 끌어올리면 좋겠다. 4주 정도 남은 기간 동안 수비라인에서 최대한 조직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진수가 오스트리아에 가기 전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보나.
김진수는 가기가 쉽지 않다. 소속팀에서 직접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켜봐야한다. 그렇다보니 왼쪽 수비라인이 많이 뽑혔다. 김민우와 홍철, 박주호까지도 가능하다.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은 분명한데, 우리가 어떤 포메이션을 쓰느냐에 따라서 누가 나가게 될 지가 결정된다. 장단점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다 포메이션에 따라 명단이 달라질 수 있다.

-공격진에 문선민과 이승우를 최초 발탁했는데, 기존 선수들과 활용도가 겹치는 것 아닌가.
4-4-2로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플랜A가 바뀔 수도 있다. 선수들을 선발한 배경에도 그런 이유가 있다. 4-4-2를 위주로 쓸 때는 겹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포메이션이 바뀌면 이 선수들의 활용도가 달라진다. 플랜A와 플랜B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뽑은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가장 좋은 것을 만들어서 가기 위해 뽑았다고 보면 된다.

-공격수 4명은 변화가 없는데, 석현준 지동원 등은 제외한 이유는.
우리가 수비라인에 있어서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보니까 선수를 많이 뽑은 것이다. 염기훈 부상이 없었다면 23인을 뽑아서 5월21일부터 준비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 계획이 바뀌었기 때문에 28명을 뽑은 것이다. 28명도 많이 뽑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한 번쯤 점검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선발했다. 지동원이나 석현준은 팀에서 잘 해주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엔트리 교체가 필요할 경우 즉시 합류하면 된다.

-중앙미드필더도 4명만 선발했다. 기성용의 파트너는.
주세종은 군사교육을 받은 이후 몸이 가라앉았다가 많이 올라왔다. 그 선수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기 때문에 명단에 넣었다. 기성용이 경기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기성용의 파트너를 찾는다’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 기성용의 파트너가 아니라 우리 선수들 중에 가장 뛰어난 두 명을 뽑을 것이다. 기성용의 파트너를 찾느라 대표팀을 뽑는 게 아니다.

-권창훈이 프랑스에서 투톱으로 뛰고 있는데.
권창훈은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여러 각도에서 포메이션을 돌려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권창훈이 프랑스에서는 공격수로 골도 넣고 있지만, 우리 팀에 들어와서 최전방, 측면, 중앙미드필더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조직력을 다져야 하는 시기인데, 실험을 해야하는 부분에 대해 코칭스태프 내부에 이견은 없었나.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최대한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판단은 나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 외국인 코치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공유했다. 28인 명단에 대한 훈련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마련하겠다. 유럽파는 체력이 떨어져 있고 전북도 주중 주말 경기를 계속하기 때문에 지쳐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새로운 선수와 포메이션을 활용할 수도 있는데, 리스크에 대한 평가는.
부상자가 많이 나오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리 선수들이 일부 장점을 버리고 다른 것을 택해야할 수도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고, 걱정도 앞선다. 하지만 더 철저하게 준비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

 -마무리 발언.
대표팀 엔트리에 대한 많은 관심에 감사드린다. 언론이나 국민들, 댓글에서 ‘이번 월드컵은 3전 전패할텐데 뭐하러 나가느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게 코칭스태프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3전 전승을 할 수 있게 팬들도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러시아월드컵에 나가서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귀국해서 국민들과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 최선을 다해서 철저히 준비했다. 좋은 성적을 내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 이제부터는 따뜻한 응원과 격려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 러시아까지 오지 못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자랑인 길거리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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