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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는 주 14시간만 쓰고 오후 3~5시엔 ‘브레이크 타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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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호 03면

[SPECIAL REPORT] 자영업자의 한숨

손님이 뜸한 오후 3~5시 ‘브레이크 타임’을 도입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근무조를 오전·오후로 쪼개 인건비를 낮추는 등 고육책을 짜내고 있다. 오후 9시30분 마지막 주문을 받는 등 저녁 영업시간도 줄이는 추세다. [신인섭 기자]

손님이 뜸한 오후 3~5시 ‘브레이크 타임’을 도입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근무조를 오전·오후로 쪼개 인건비를 낮추는 등 고육책을 짜내고 있다. 오후 9시30분 마지막 주문을 받는 등 저녁 영업시간도 줄이는 추세다. [신인섭 기자]

서울 금호동에서 49㎡(15평)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시간제 근로자 4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평일 오후 7시간씩 이틀간 근무한다. 매일 근무가 아닌 부분 고용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주휴수당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편의점 업계에선 여러 명을 고용해 15시간 미만으로 일을 주는 것이 인건비를 줄이는 보편적 방법으로 통용된다.

알바 4명 쓰는 금호동 편의점 #주휴수당 포함 땐 시간당 9000원 #야간·주말엔 사장 혼자 가게 지켜 #음식점 운영 50대 사장 #점심·저녁 근무자 따로 고용하고 #바쁠 땐 일당 10만원 초단기 알바

김 사장은 일부 편의점과 달리 규정대로 4대 보험에 가입시키는 등 투명하게 운영한다. 단순히 시급만 주는 것이 아니라 추가 비용이 들어도 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휴수당만큼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는 “순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지난해에 비해 30% 늘어난 상황에서 주휴수당까지 지급하면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사장의 편의점을 포함해 3곳이 경쟁하던 동네에 40평대 대형 편의점이 또 들어와 매출은 더욱 줄었다. 김 사장은 야간과 주말에 홀로 근무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 그는 “내년 최저임금이 더 오른다고 하는데 이럴 경우 야간 영업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본사 관계자는 “가맹점과 협의를 통해 24시간 영업을 19시간으로 줄일 수 있는데 김 사장과 같은 고민을 토로하는 업주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편의점 셀프서비스 확산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고시된 최저임금은 753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은 시간당 약 9045원이다. 4대 보험 등의 고용주 부담분을 더하면 사람 하나 쓰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은 “산업별 노동 강도나 지역을 생각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산정해 상대적으로 쉬운 업무도 극심한 육체노동과 동일한 임금을 지불하게 한 부분은 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커피숍의 경우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하루 두 시간씩만 일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모두에게 손해다.

5년 전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음식점을 차린 최모(56) 사장도 인건비가 가장 큰 고민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홀 서빙 직원을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카운터 업무만 보던 그가 손님이 많을 때면 직접 주문도 받고 서빙도 한다. 그는 “기존에도 주휴수당 등을 포함해 8300원을 줬다”며 “이번에 인상되면서 9000원을 넘으니까 인건비 부담이 갑자기 커졌다”고 말했다. 요즘엔 손님이 드문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을 두는 게 나을지 고민 중이다. 우선 오전 근무시간만 한 시간 늦춰 오전 11시로 조정했다. 최 대표는 “직원들의 불만도 커졌지만 손에 쥐는 게 없으니 고용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나들이객이 늘어나는 주말엔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당 10만원을 주고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쓰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영업시간 단축 저울질

요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폭탄을 영업 시간 단축으로 타개하고 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을 비롯한 번화가에서는 점심 시간 이후 저녁 장사 전까지 휴무 시간을 늘리고, 야간 업무를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전·오후로 근무조를 나눠 고용하면 오후 3~6시까지 3시간 정도 임금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오후 9시30분에 마지막 주문을 받는 것이 관례화되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영업 중단이 금기시돼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 중에서도 본사 몰래 오후 브레이크 타임을 도입해 인건비를 절감한 곳이 나올 정도다. 맥도날드·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주문받는 직원을 줄이고 대신 손님이 직접 카운터나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미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에서도 영업시간 단축을 시행하거나 고려하고 있는 업체가 많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초 가맹점주 협의회의 요구로 영업시간 규정을 ‘오전 7시~오후 11시’에서 한 시간 단축해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하기로 협의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야간 손님이 주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재광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협의회장은 “저녁 시간대 한 시간만 줄여도 야간수당 지출이 줄어 한결 낫다”며 “우리 매장은 마지막 한 시간은 나 혼자 지키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인건비가 더 오르면 24시간 운영을 포기하는 매장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본사와의 계약이 느슨한 일부 편의점은 업주 자율로 야간 영업을 접기도 한다. 또 무인점포, 셀프서비스 확대, 무인 카운터 등 사람 없는 매장 확산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체인 이마트24는 지난해 9월부터 무인계산대와 셀프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편의점 6곳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일반 편의점보다 많이 들지만 유인점포보다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좋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CU도 미래형 편의점 모델을 개발해 올 상반기 중 시범 시행할 예정이다. 미니스톱의 경우 사무실 밀집 지역에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같은 간단한 식사 등을 판매하는 ‘자판기형 무인편의점’을 검토 중이다.

◆주휴수당

근로기준법에 따라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하루의 유급휴일을 보장하는데, 쉬는 대신 받는 것이 주휴수당이다. 주 40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하루치 임금을 받는다. 파트타임의 경우 주당 근무시간을 5로 나눈다(주 5일제). 15시간 근무했다면 3시간치 시급을 받게 된다.

전영선·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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