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마리 토끼 잡아야 할 칸쿤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멕시코 칸쿤에서 열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계기로 농산물 시장에 대한 개방 파고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물론 개도국과 선진국, 농산물 수입국과 수출국 간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 이번 회의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회의 결과와 관계없이 개방은 대세며, 특히 추곡수매제 등 국내 보조와 높은 관세율의 보호막 아래에 있는 한국의 농산물 분야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농산물 개방은 최소화하되, 우리 경제에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산품은 개방을 최대한 촉구하여 수출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쪽은 개도국의 입장을, 다른 쪽은 선진국의 입장에 동조해야 한다. 따라서 더욱 정교한 논리와 적극적인 협상 자세, 공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농산물 협상이 개발도상국에 유리하게 전개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급선무다. 아울러 다음 회의에서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우리 농업의 현실과 어려움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세계 무역규모 11위인 한국이 개도국으로 인정받기 쉽진 않겠지만, 한국 농업에 대한 충격을 감안할 때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다. 특히 쌀 등 핵심 품목은 '전략품목'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지 못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WTO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이 목표시한(2005년 1월 1일) 내에 타결되지 못하면 개방은 양자협상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하나 없는 한국은 더욱 불리하게 된다. 따라서 표류하고 있는 한-칠레 FTA 비준과 미국과의 투자협정 등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개방에 대비해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농민과 농민 단체들도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공생(共生)의 길을 찾도록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