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 올릴 명분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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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동안 뜸한 듯 했던 택시요금 인상 움직임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그것도 종전처럼 택시업자들의 인상요구가 아닌 정부 스스로가 요금인상을 앞장서 검토하고 있으며 인상시기 역시 올림픽 전이라는데 관심이 모아진다.
더우기 석연치 않은 점은 당국이 내건 인상이유와 명분이다. 정부관계자는 인상의 첫째 이유로 현행요금이 7년째 동결되어 그 동안의 임금인상과 물가상승등을 감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들었다. 두번째 이유는 현재의 택시요금이 지나치게 헐한 탓으로 택시인구가 너무 많아 서울·부산 등의 택시 승차난이 극심해 올림픽때 밀어닥칠 관광객들의 승차편의를 위해서는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택시요금을 인상, 내국인 택시이용객을 줄여 버스나 지하철을 타게해 외국인들이 택시를 손쉽게 이용토록 하기 위한다는 명분이다.
사실 택시요금 인상설은 지난번 택시운전기사 완전 월급제실시 등 노사타결 후 줄기차게 있어 왔다. 그것이 올림픽행사를 두달 앞두고, 그것도 각종 물가가 들먹이고 심한 인플레가 우려되는 시기에 정부가 선도해 관허요금 인상을 꾀하는 것은 참으로 희귀한 일이다.
더구나 정부 관계자가 내세운 인상이유도 논리에 전혀 닿지 않을 뿐 아니라 허구에 불과한 구실을 내세우고 었어 더욱 납득키 어렵다. 첫째로 정부 당국자는 현행 택시요금이 7년동안 동결되어 있었다고 밝혔으나 이는 터무니없는 논리이다.
정부는 2년9개월전인 85년11월1일부터 택시요금 병산제를 실시할 때 이미 8·9%의 요금인상을 해주었다. 정부당국자가 인상후 3년도 채 경과하지 않았는데 인상사실조차 망각 했을리 없을 것이고 보면 눈가리고 아웅하면서 요금 인상을 기도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두번째 인상이유도 타당치 않다. 올림픽행사가 아무리 소중하고 외래관광객이 귀한 손님이라 하더라도 며칠간의 승차편의를 위해 공공요금을 올리겠다는 건 억지다.
올림픽기간의 교통문제만 하더라도 시민들의 불편을 무릅쓰고 자가용 승용차의 짝·홀수제를 실시하게 되어있고 3천9백대의 중형택시를 새로 운행케하는 등 이 기간의 교통소통과 운송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가.
택시요금을 올려주어야할 뚜렷한 이유나 산출근거가 있다면 마땅히 올려주어야 한다. 택시업도 엄연한 기업인데 업자에게 적자와 출혈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러한 자료공개나 산출근거 없이 올림픽을 명분으로 삼는건 사리에 어굿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택시는 버스나 지하철에 버금가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다른 나라처럼 어쩌다가 관광객이나 타고 일부 여유있는 계층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지하철망이 완벽하고, 빠르고 편리한 버스가 있는 나라라면 구태여 값비싼 택시를 이용할 턱이 없다. 그렇지 못하니까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고 서울만도 택시이용인구가 자그마치 2백86만여명에 전체 교통인구의 19%나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같은 택시인구는 지하철이용인구보다 60만명이 더 많고 시내버스이용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택시이용인구를 줄여 시민의 교통비부담을 덜게 하자면 지하철망을 확장하고 버스를 쾌적한 교통수단화 하는게 시급한 일인데도 요금을 올려 택시승객을 줄이겠다는 것은 난센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서 교통당국은 도시개발 기금을 거두려다 말썽을 빚었고, 다시 자가용 승용차의 도시통행료까지 받아내려 했었다. 심각한 도시교통문제는 그대로 방치한 채 국민의 부담만 늘리려는 궁리만 하는 당국의 처사는 지탄받아·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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