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대국회 참모습 보일 때|이 년 홍 <정치부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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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3대국회 출범이후 첫 상임위활동을 하고 있는 이번 임시국회를 보고 있노라면 여소야대의 형국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12번의 대물림을 하면서도 문제제기로만 그쳤던 국무총리의 상임위출석 인사라는 첫기록을 수립하는가 하면 서슬퍼런 권부의 위세에 눌려 비공개회의만 일삼 던 국방위가 새벽까지 불을 켜 놓고 격론을 벌이고, 야당출신 상임위원장이 질문에 앞장서는등 예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들이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20일의 국회행정위에는 총리출석문제를 놓고 이틀에 걸쳐 격론을 벌였던터라 분위기로만 본다면 마치 총리의 멱살이라도 잡을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나 총리가 나온 뒤 서슬이 퍼렇던 야당의원들은 언제그랬더냐는 식으로 부드러웠고 「총리님」이라는 존칭을 꼬박꼬박 붙였다.
이현재총리도 정회 후 의원들과 소회의실에 들어간 뒤 박용만위원장을 상석에 앉히기 위해 몸싸움(?) 까지 벌였고 자신은 옆 자리에 앉아 의원들의 얘기를 경청했다.
결국 이총리나 의원들 모두가 웃는 낯으로 인사를 하고 총리의 상임위 첫 출석기록을 마무리 했다.
그러나 이같은 13대국회의 보기좋은 모습속에서도 12대의 유산은 아직도 발견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어느 위원회에선 『내가 누군줄 아느냐』고 위세를 부리며 호통을 친 야당의원이 있는가 하면 그저 목청의 강도로 한몫보자는 대성질타도 여전하다.
어떻게 보면 그저 투사이기만 하면 통했던 시절의 선배의원들이 신참의원들에게 별로 좋지 않은 버릇만 보여주는 모습도 있다.
쓸데없는 꼬투리, 질문을 하기 위한 질문, 언론을 의식한 과잉행동등등….
그리고 적당히 눈치만 보며 어물쩍넘 어가려는 행정부의 답변 버릇도 다 고쳐지진 못했다. 새로운 국회풍토가 하루아침에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임이 커지고 권한이 커진만큼의 내실도 함께 갖춰야 한다.
상대를 무작정 큰소리로 꾸짖기에 앞서 스스로가 자료를 챙기고 정보를 모아 수준높은 질문을 하고 그에 상응한 답변을 끌어내는 노력선행이 13대 여소야대의 진짜 모습을 정착시키는 첩경일 것 같다.
몇몇 상임위에서 시험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일문일답식 상임위운영에도 새로운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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