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성태 대표 피습 철저히 수사하고 단식은 중단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민의의 전당인 국회 안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가 백주 피습을 당한 것은 이해할 수도 없거니와 용납될 수도 없는 사건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농성 찬반 여부를 떠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의회를 부정하는 테러 외에 다른 게 아니다. 배후가 있을 수 있고, 배후가 없더라도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사법 당국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아울러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자초한 측면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드루킹 사건의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시작한 김 대표의 단식은 다른 야당들한테도 지지를 얻지 못할 만큼 명분이 약하다. 단식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인 만큼 신중해야 하는데, 아무리 진실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드루킹 사건이 목숨을 걸 만한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정치는 곧 명분이다. 명분 없는 행동은 정치를 희화화하는 부작용만 낳는다. 단식농성을 진짜로 하는지 지켜볼 수 있도록 CCTV를 설치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고, 농성장에 피자가 배달되는 등 조롱이 이어지는 게 그래서다. 김 대표도 단식을 중단하고 한국당 역시 매일 10명씩 가세한다는 릴레이 단식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번 테러는 물론 국회 공전에 똑같이 책임이 있다. 드루킹 사건과 연계된 김경수 의원이 거듭 특검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민주당은 특검 불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4월 임시국회는 본회의 한번 열지 못하고 끝났으며, 5월 임시국회 역시 마찬가지여서 미세먼지 저감 관리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들이 서랍 안에서 잠자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이 먼저 양보해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당부대로 8일 전에 국회 문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국회 테러의 재발을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