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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맘은 여자가 아는 법…여성 화두로 노래하는 두아 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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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DJ 캘빈 해리스와 가수 두아 리파가 함께 부른 '원 키스', UK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사진 소니뮤직]

영국 DJ 캘빈 해리스와 가수 두아 리파가 함께 부른 '원 키스', UK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사진 소니뮤직]

“키스 한 번이면 나와 사랑에 빠지게 될 거야”
UK 싱글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원 키스(One Kiss)’ 노랫말이다. 영국 DJ 캘빈 해리스와 가수 두아 리파(23)가 함께 협업한 듀엣곡으로 영국판 ‘텐미닛’인 셈이다. 리파가 영국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발표한 ‘뉴 룰스(New Rule)’가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면서 올 초 브릿 어워드에서 ‘최우수신인’과 ‘여성 솔로 아티스트’를 동시에 수상한 신성이다. 여성 뮤지션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아델의 ‘헬로(Hello)’ 이후 2년 만이다.

6일 첫 내한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두아 리파.[사진 워너뮤직]

6일 첫 내한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두아 리파.[사진 워너뮤직]

6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만난 그는 높아진 기대감에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영국 출신 여가수들이 빛을 많이 못 본 것 같은데 세계 시장에서 주름잡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독보적인 중저음의 음색과 직접 노래를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1995년 영국으로 이주한 알바니아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11살 때 가족들이 다시 코소보로 삶의 터전을 옮겼지만 홀로 런던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뮤지션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탓이다.

알바니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두아 리파는 이국적인 외모와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들은 코소보로 돌아갔지만 홀로 영국에 남아 가수의 꿈을 이뤘다. [사진 워너뮤직]

알바니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두아 리파는 이국적인 외모와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들은 코소보로 돌아갔지만 홀로 영국에 남아 가수의 꿈을 이뤘다. [사진 워너뮤직]

유튜브에 꾸준히 올린 커버 영상을 통해 2015년 워너뮤직과 정식 계약을 맺고 데뷔한 그는 자신이 만든 음악을 ‘다크 팝(Dark Pop)’이라고 규정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곡이 많아졌지만, 가사를 들어보면 여전히 슬프고 어두운 부분이 많아요. 단출하게 피아노 연주에 맞춰 부르면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거죠.” 콜드플레이나 브루노 마스가 투어 때 리파를 찾는 이유 역시 이처럼 변화무쌍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

겨드랑이를 제모하는 모습이 담긴 앨범 재킷 사진으로 화제를 모은 ‘IDGAF(I Don’t Give A Fuck)’의 경우 서로 다른 리믹스 버전만 10개에 달한다. 그는 “제목 그대로 내 몸이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라는 의미”라며 “다른 사람들이 그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기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솔직한 모습에 여성 팬들이 닮고 싶은 ‘워너비’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 공연 예매 관객 2000명 중 80%가 여성이다.

두아 리파의 'IDGAF' 앨범 재킷.

두아 리파의 'IDGAF' 앨범 재킷.

‘여성’은 그가 오랫동안 품고 있는 화두이기도 하다. 지난 2월 브릿 어워드 참석 당시 레드카펫에서 흰 장미를 들어 성폭력 공동대응단체 ‘타임스 업(Time’s Up)’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현하며 화제를 모았다. “어머니께서 항상 ‘여자들이 여자들을 많이 챙겨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생각이 알게 모르게 제 노래에도 많이 녹아든 것 같아요. 가수나 배우처럼 비교적 목소리가 잘 들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하면 도미노 효과처럼 번져나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지난해 8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첫 내한 이후 9개월 만에 내한한 그는 “아시아에서 처음 참여한 페스티벌에서 느낀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다시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다”며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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