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연패는 안 돼" 반격 1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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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조성원이 모비스 선수들의 삼중수비를 헤치고 골밑을 파고들어 레이업슛하고 있다. 조성원은 이날 3점슛 4개를 넣어 플레이오프 최다 3점슛(203개) 기록을 세웠다. [울산=뉴시스]

"프로농구 흥행을 위해서라도 플레이오프에서 연패할 순 없죠."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전주 KCC의 허재 감독은 신참 감독 같지 않은 말을 했다. 1차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74-78로 졌지만 2차전에서는 이기겠다는 말을 '프로농구 흥행을 위해서'라는 말로 연결시킨 것이다.

허 감독의 말대로 KCC는 9일 울산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 모비스를 85-77로 꺾어 원정 1승1패의 가벼운 마음으로 전주로 향했다. 허재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80% 정도의 경기를 했다. 3차전에서 82%만 하면 또 이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2%는 실책수를 줄여서 채우겠다고 했다.

먼저 1패를 당한 KCC의 고참 선수들은 허 감독이 말했듯 '눈빛'부터 달랐다. 노장 이상민은 레이업 슛으로 몸을 풀다가 느닷없이 덩크슛을 터뜨렸다. '아직 몸이 가볍다'는 시위용으로는 충분해 보였다. 올스타전 슬램덩크 콘테스트 도중 팬들이 "이상민"을 연호하며 덩크슛을 요구할 때도 "몸이 완전하지 않다. 내년에는 꼭 보여 드리겠다"고 사양했던 그였다.

KCC 승리의 일등공신은 중요할 때 5반칙 퇴장을 당해 분위기를 망치곤 하던 아써 롱(21득점.9리바운드)이었다. 2점슛 5개, 3점슛 3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6-2로 앞선 1쿼터 3분쯤 롱이 아무도 예상치 못한 3점슛을 터뜨렸다. 허 감독은 고개를 저으며 크게 웃었다. 50-53으로 뒤지던 3쿼터 3분40초 롱은 동점 3점슛을 성공시킨 데 이어 역전 골밑슛을 터뜨렸다. 61-55로 앞서던 8분30초에도 골밑슛과 3점슛을 연속으로 터뜨려 66-55를 만들었다. 이날 처음으로 점수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롱에게 허 감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롱도 농구를 하는 선수고, 나도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이라고 농담 섞어 말했지만 열심히 뛰고 있는 롱이 감독의 지적에 위축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한편 KCC 조성원은 3점슛 4개를 터뜨려 프로농구 최초로 플레이오프 통산 3점슛 200개(203개)를 돌파했다. 3차전은 11일 전주에서 열린다.

울산=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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