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세 명의 비만 전문의 "나는 이렇게 살을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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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비만 전문의사 세 사람이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다이어트법을 선보였다. 유태우(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박용우(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강재헌(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다이어트가 그것. 세 사람 모두 한때 넉넉한 체중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배 나온 비만 전문의를 보고 환자가 어떤 생각을 할까"를 의식해 살을 뺐다. 자신만의 다이어트법으로 유 교수는 79㎏(키 175㎝)에서 64㎏, 박 교수는 74㎏(170㎝)에서 62㎏, 강 교수는 75㎏(170㎝)에서 68㎏으로 감량한 뒤 여태껏 이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이들은 '누구나 10㎏ 뺄 수 있다'(유 교수), '신인류 다이어트'(박 교수), '당지수로 당뇨병.비만.심장질환을 잡는다'(강 교수)는 다이어트 관련 책을 냈다. 제과점.펀드처럼 자기 이름을 앞세운 비만 전문가의 특별한 다이어트법을 알아보자.

유태우 다이어트=한 단어로 요약하면 반식(半食)이다. 평소의 반만 먹는다는 느낌으로 식사량을 '대폭 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하루에 500㎉는 덜 먹을 수 있다고 유 교수는 조언한다. 반식을 실천하면 매달 평균 2㎏씩 줄어 6개월 후엔 누구나 10㎏은 뺄 수 있다는 것이 요점이다.

반식을 하면 영양 결핍이 오지 않나 하는 심리적 저항감, 배가 고파서 하늘이 노래지는 증상, 외모.체력.신체 기능의 저하 등 세 가지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이 중 영양 결핍에 대한 우려는, 겉보기에 너무 마른 사람만 아니라면 불필요하다고 한다.

배고픔은 반식을 시작한 지 3일 뒤에 가장 심해지는데 10일쯤 지나면 거의 사라진다.

반식 한 달이 지나면 외모.체력.신체 기능이 전보다 각각 10%쯤 떨어진다. 주변에서 '부쩍 늙었다', '병원에 가봐라'는 말까지 듣게 된다. 골프의 비거리가 짧아지고 성기능도 떨어진다. 그러나 이는 성공의 신호다. 반식 코스(6개월)를 무사히 마치고 1개월 정도 지나면 외모.체력.신체 기능이 반식 전보다 각각 10%씩 좋아진다는 것이다.

박용우 다이어트=핵심은 탄수화물(당질)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더 많이 먹는 것이다. 당질은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영양소다. 단백질은 몸의 피와 살이 되고, 면역 기능을 담당한다.

박 교수는 "당질의 체내 최대 비축량(근육.간에 저장)은 400g에 불과하다"며 "심한 육체 노동을 하고 멀리까지 걸어 다녔던 과거엔 당질 식품을 통해 얻은 에너지를 그날 다 쓸 수 있었지만 요즘은 상당량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곡류를 즐겨먹는 한국인은 당질을 통해 전체 열량의 65%(서구인은 30~40%)를 얻고 있는데 이를 50%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백질을 먹으면 포만감이 빨리 온다.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을 덜 먹더라도 단백질 섭취까지 줄여선 안 된다는 것. 또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본능이 보내는 신호(에너지 항상성)에 충실해져 요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박 교수는 "비만은 만성질환처럼 완치를 할 수 없으므로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헌 다이어트=마인드 컨트롤과 당지수(GI)가 키워드다.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자신이 힘들여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를 알아 살빼는 동기를 부여하라는 것이다. 비만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불편하게 지냈고, 불이익을 받았는지를 짚어보고, 체중 감량을 통해 얻게 되는 이득.행복감을 직접 적고, 상상해 보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마인드 컨트롤이다.

강 교수는 "되도록 당지수가 낮은(같은 양을 먹어도 혈당을 서서히, 적게 올리는) 음식을 즐겨 먹는 것이 체중 감량에 유리하다"며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중 인슐린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고, 이 경우 섭취한 열량이 에너지로 이용되기보다 체지방으로 축적되기 쉽다"고 조언했다.

단순 당질(설탕.포도당)보다는 복합 당질의 당지수가 낮다. 또 가공을 적게 할수록, 입자가 거칠수록 낮다. 비만한 사람에게 흰쌀보다 현미.잡곡밥, 흰빵보다 호밀빵을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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