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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집 사고 2년 뒤 가격 깎자는 꼴… 핵 재협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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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서 이란의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이란 핵 합의에 대한 수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서 이란의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이란 핵 합의에 대한 수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이 미국의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위협에 맞서 “합의는 수정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자리프 외무장관 유튜브 동영상 통해 영어 연설 #"미국이 발 뺀다면 이란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유튜브에 게시한 동영상을 통해 “이란은 수년전 체결돼 이행돼 온 것을 절대 재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란의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올린 5분여 길이의 영어 연설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1번에 걸쳐 이란이 핵합의를 이행했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부동산에 비유하자면, 미국의 요구는 집을 사고 가족과 다 함께 이사했는데 2년 뒤에 집값을 다시 협상하자고 하는 꼴”이라고 성토했다.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 시절인 2016년 이행된 JCPOA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개발을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서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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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프 장관은 트럼프 정부에 수정안을 제시했던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몇몇 유럽국가는 우리 주머니에서 더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트럼프를) 달래는 것은 애당초 협상 때 배제하기로 했던 문제를 다 끌어오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문제 삼는 일몰 조항과 탄도미사일 및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과 같은 사안 등을 이제 와서 테이블에 올려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자리프 장관은 "미국이 계속 핵합의를 어기고 발을 뺀다면 우리가 선택한 방법으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그는 "핵합의는 12년간 합의의 결과물"이라면서 자국에선 핵 합의 파기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최측근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국제문제 담당 수석보좌관도 이날 "미국이 합의를 철회하면 이란도 이에 머무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벨라야티 수석보좌관은 "이란은 역사적인 핵합의를 조금도 위반하지 않고 지켰다"면서 "핵합의 수정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장한 ‘비밀 핵 개발’ 주장과 관련해 “터무니 없는 소리”라면서 “네타냐후의 주장은 트럼프에게 영향을 끼치려는 쇼이거나 아니면 둘이 공모해 JCPOA를 파기하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미국은 오는 12일까지 재협상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이란 금융·경제 제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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