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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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만일 「셰익스피어」가 「프랭클린·루스벨트」로부터 「레이건」까지 9명의 역대 미국대통령을 알았다면 「존슨」이나 「닉슨」을 가장 다양한 성격의 소유자로 꼽았을 것이다.』
타임지 편집장과 「카터」전대통령의 고위 보좌관을 역임한 「도너번」이 한 말이다. 「다양한 성격의 소유자」란 말은 여러가지 뜻으로 해석된다. 능력은 있는데 어딘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더구나 문호 「셰익스피어」까지 들먹일 때는 그의 작품 『오델로』에 나오는 「이아고」를 은연중 연상케 한다.
33년간 미하원의원으로 있다가 지난 86년 정계를 은퇴한 「토머스·오닐」하원의장의 「대통령평가」도 여간 신랄하지 않다.
그는 「닉슨」은 신용이 없고, 「존슨」은 열등감에 젖어 있었지만 그래도 「위대한 정치가」라고 평했다. 그 반면 「아이젠하워」는 인기는 있었지만 무능하고, 「포드」는 겁장이며, 「카터」는 편협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직 「레이건」대통령에 대한 그의 평가는 모욕적이기까지 하다. 「레이건」은 자신을 「F·D·루스벨트」와 비슷하다고 여기고 있으나 사실은 「루스벨트」가 가졌던 지식의 절반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혹평했다.
최근 아메리칸 헤리티지지는 저명인사 50명을 대상으로 미국역사상 정치인, 언론인및 사학자중 과대평가되고 있는 인물을 조사했다. 그 결과 「케네디」대통령이 8명에 의해 수위를 차지했으며 「윌슨」, 「F·D·루스벨트」, 그리고 「레이건」이 소수의 표를 얻었다. 「오닐」의장이 『그가 피살되지 않았다면 미국은 월남전에 말려들지 않았을것』이라고 높이 평가한 그 「케네디」가 실제로는 그만한 능력이 있었을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미국역사상 처음으로 3선의 영광을 누린 「F·D·루스벨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명 한 미국의 법학자 「홈스」판사는 그를 가리켜 『지성은 2류, 성격은 1류』라고 평한적이있다. 실제로 그의 지성은 당시의 세계 정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탈린」과 손을 잡음으로써 전후의 냉전체제를 가져왔고 특히 한반도에는 엄청난 분단의 비극을 안겨 주었다.
이렇듯 재임때 인기가 있었던 대통령도 후대의 역사적 심판은 냉엄하기만 하다. 새삼 우리 주변을 돌아보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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