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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조작 드루킹 기소한 檢···매크로 묻자 답변도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이 2일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최승식 기자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이 2일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최승식 기자

"매크로 프로그램이라는 게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 건지 설명을 해 주세요. (김대규 판사)"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공소장을 변경할 예정입니다. (이혜현 검사)"

"네이버 아이디 하나당 한 번만 '공감'을 클릭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아이디 하나로 여러 번 클릭할 수 있다는 건가요? (김 판사) "

"그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수사 중에 있어서 다음에…. (이 검사)"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드루킹' 김동원(49)씨의 첫 재판이 2일 열렸다. 김씨는 일단 기소된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매크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등 재판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않았다.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회원들로부터 아이디를 받아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온라인 기사 댓글의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달 17일 구속기소됐다. 보름이 지난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는 김씨에 대한 첫 재판을 열고 검찰 측 기소 내용과 이에 대한 피고인 측 인정 여부를 들었다.

김씨는 공소장에 쓰인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 법정에서 더 다툴 것이 없으니 재판을 마무리하게 된다. 하지만 검찰 측에서 "아직 증거가 정리가 안 된 상태고, 공범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면서 재판을 한 번 더 열어달라고 해 그러기로 했다.

김 판사는 공소장에 ‘불법 프로그램’이라 적시된 매크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검사가 답하지 못하자, 피고인 측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김씨를 변호해 온 윤평 변호사는 인사청탁 논란이 불거진 후 사임했기 때문에 이날 법정엔 새로 선임된 오정국 변호사가 나왔다. 오 변호사는 "제가 알기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써도 아이디 하나당 공감 클릭은 한 번 할 수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김 판사의 질문은 이어졌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쓰면 자동으로 로그인이 되나" "로그인도 안 되면 손가락으로 클릭하는 것과 매크로 프로그램 쓰는 것이 다른 게 뭐냐"는 내용이었다. 오 변호사는 "그러니까 손으로 클릭하는 게 소위 말해 귀찮아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네이버에 크게 업무상 영향을 주지 않았을 거라고 저희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중앙포토]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중앙포토]

이날 시작된 김씨의 재판은 오직 ‘지난 1월 17일에 평창올림픽 기사에 달린 댓글 공감수를 조작해 피해자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했는가’에 대해서만 따지는 내용이다. 검찰이 우선 이 혐의로만 기소했기 때문이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연루 및 금품수수 의혹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씨는 김 의원에게 지인의 인사 청탁을 하고 돈을 주고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날 법정에 나온 이혜현 검사는 "(김씨로부터) 압수한 증거물들에 대해 경찰에서 아직 분석 중이다. 양이 방대하고 암호화가 걸려있다. 한 달 정도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재판장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압수물이 분석이 아직 안 된 상태에서 기소하셨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검사가 "구속기한이 짧아서…" 라고 말을 흐리자 "선뜻 납득이 안 된다"며 "검찰에 신속한 증거목록 준비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결국 김대규 판사는 검찰 측이 요청한 만큼은 아니지만 2주 뒤인 16일 재판을 한 번 더 열기로 했다.

김 판사는 재판을 마무리하며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건이긴 하지만, 재판부에서는 공소사실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인신구속은 절차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게 헌법이 요구하는 가치다. 피고인은 신속할 재판 받을 권리가 있다. 검찰에서는 이 점을 유의해 달라. 이 사건 공소사실 외에 추가할 내용이 있으면 추가 기소를 하라"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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