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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사 원가 부풀리기, 해외부동산 미신고…역외탈세 혐의 39명 세무조사

중앙일보

입력

기업인 A 씨는 해외 공사의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해외 사업부문의 회계를 조작했다. 또 현지법인 매각 대금을 은닉하는 방식으로 법인 자금을 빼돌렸다. A 씨의 이런 역외탈세 혐의는 국세청에 꼬리가 밟혔고,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 지난해 역외탈세 혐의 233명 조사 #1조3192억원 추징하고, 6명 검찰에 고발 #대기업, 대자산가의 국부유출 행위 '엄단'

국세청은 대기업 및 대자산가의 역외탈세 행위에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해외에 소득 및 재산을 숨긴 역외 탈세 혐의자 39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2일 밝혔다.

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최근 일부 부유층과 기업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교묘한 수법으로 해외에 소득ㆍ재산을 은닉하는 사례가 있다”라며 “외환거래 정보, 수출입거래, 해외 투자현황 등을 종합 분석해 탈세 혐의가 짙은 법인 및 개인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역외탈세 사례.[자료 국세청]

역외탈세 사례.[자료 국세청]

구체적으로 미신고 해외 현지법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빼돌리고, 해외주식ㆍ부동산 등을 양도한 뒤 차익을 신고하지 않은 기업인이 적발돼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또 사주 일가 혹은 현지 법인 명의로 해외금융계좌ㆍ해외부동산을 보유하고 미신고한 기업인도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패니(유령회사)를 설립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경우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 혐의자 233명을 조사해 1조3192억 원을 추징했다. 추징 금액은 1년 전 보다 120억원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또 조세포탈 사실이 확인된 6명에 대해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부터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혐의자 37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지난달까지 23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 결과 2247억원을 추징했고, 2명을 고발 조치했다.

역외탈세 사례.[자료 국세청]

역외탈세 사례.[자료 국세청]

한 기업의 사주 B 씨는 미국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소득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했다. 이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자신이 대주주인 국내 법인 주식에 상장 직전 투자해 거액의 수익을 내면서 신고를 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B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별도로 수십억원 규모의 소득세를 추징하고,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도 부과했다.

또 한 기업의 경우 제품을 수입하면서 수입단가를 부풀려 해외 현지법인에 수입 대금을 과다 지급했다. 이 회사 오너는 부풀려진 차액을 해외계좌를 통해 빼돌렸다가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당했다.

약품 개발ㆍ생산ㆍ판매를 중개하고 중개수수료를 운영하는 한 회사의 사주는 아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와 허위 컨설팅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법인 자금을 빼돌리기도 했다. 실제로 컨설팅 용역을 제공받지 않았음에도 페이퍼컴퍼니에게 컨설팅수수료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송금하는 식이었다. 이 회사는 수십억원 대의 법인세 추징 및 과태료 부과 조치를 당했다.

국세청은 향후 관세청 및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과 협조해 역외탈세 혐의정보와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 정보의 수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역외탈세 행위에 대한 세무조사 역량을 강화하고 자료 제출 기피나 거짓 자료 제출과 같은 조사 방해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세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조세를 포탈하는 혐의를 방지하기 위해 역외탈세와 연루된 세무 전문가는 조세 포탈죄 공범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기로 했다.

김현준 국장은 “정당한 세 부담 없이 해외에 재산 및 소득을 은닉하는 국부유출 행위 근절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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