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조지아주의 한국검찰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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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의 호텔이나 거리.관공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역 대표 신문인'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com)은 5일자 1면에 '스캔들이 기아의 일정을 헝클어 놓다'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올렸다.

애틀랜타 신문이 기아차를 걱정하는 것은 이 회사가 조지아주의 웨스트포인트에 12억 달러를 들여 자동차 공장을 짓기로 주정부와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애틀랜타는 CNN방송과 코카콜라의 본사가 있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태어난 조지아주의 수도다. 신문의 10면엔 소니 퍼듀 주지사가 애틀랜타를 찾은 정의선 사장과 2월 24일 계약서를 교환하고 정몽구 회장이 뒤에서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박수 치는 사진이 크게 실렸다.

주민에게 일자리 4500개를 제공하고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 대규모 자동차 공장을 가진 몇 안 되는 주 중 하나가 될 것이며, 퍼듀 주지사에겐 오는 11월 선거에서 경제적 성공의 증거로 제시될 기아차는 주정부의 보배 같은 존재다. 1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는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선 기아차에 취직하길 꿈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정부 관계자와 언론들은 정의선 사장의 출국 금지로 26일로 예정된 공장 착공식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2002년에도 다임러 크라이슬러사가 자동차 공장을 이곳에 짓기로 했다가 소송 문제로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장소를 이전했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미국 남부의 중심이며 자존심인 조지아주가 한국의 검찰 수사로 이처럼 술렁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화하면서 정부의 조치가 본의 아니게 지구촌 곳곳 지역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는 한국 정부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나라가 성장하면서 생각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아진 것이다.

그동안 어느 검찰도 외국 주민들의 삶을 염두에 두면서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을 것이다. 이번 수사는 마침 검찰 중의 검찰인 대검 중수부가 하고 있는 만큼 '세계화 시대의 검찰정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전영기 정치부문 기자 애틀랜타(미국 조지아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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