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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니언의 6배, 캐나다에도 대협곡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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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더 가까이④나하니 국립공원

오로라 여행의 중심, 캐나다 옐로나이프(Yellowknife) 서쪽 약 600km 거리에는 광대무변한 자연이 숨어 있다. 그랜드캐니언 못지않은 대협곡, 나이아가라보다 낙차 큰 폭포, 그리고 동굴과 온천. 이 모든 걸 한 데 품은 나하니 국립공원(Nahanni national park reserve)이다. 북위 61도, 겨울이 긴 동토이지만 여름엔 아웃도어의 천국으로 변신한다.

 나하니 국립공원은 유네스코가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캐나다의 자랑거리다. 방문객 대부분은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장관을 감상하고, 공원에 내려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긴다.

나하니 국립공원은 유네스코가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캐나다의 자랑거리다. 방문객 대부분은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장관을 감상하고, 공원에 내려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긴다.

 나하니 국립공원은 그랜드캐니언 못지 않은 대협곡과 거대 폭포, 호수를 모두 품고 있다.

나하니 국립공원은 그랜드캐니언 못지 않은 대협곡과 거대 폭포, 호수를 모두 품고 있다.

옐로나이프 서쪽 '나하니 국립공원' #유네스코 1978년 첫 세계자연유산 지정 #수상비행기 타고 폭포·협곡·호수 관광

유네스코가 먼저 주목한 자연
나하니 국립공원은 한국인도 많이 찾는 캐나다의 밴프(Banff) 국립공원이나 천 섬(Thousand islands) 국립공원에 비하면 귀에 설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일찌감치 이곳을 주목했다. 1978년 세계유산을 처음 지정할 때 옐로스톤 국립공원(미국), 갈라파고스 제도(에콰도르)와 함께 나하니 국립공원을 꼽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유네스코는 “나하니 국립공원에서는 강의 침식작용과 지각 구조의 융기 현상, 습곡과 협곡의 발달 등이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지질학적 풍광이 종합돼 있다”고 설명한다.

여름에는 래프팅, 카누잉, 암벽 등반 등 레저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에는 래프팅, 카누잉, 암벽 등반 등 레저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나하니 국립공원은 거대하다. 2009년 확장된 공원 면적이 자그마치 3만㎢다. 밴프 국립공원의 5배, 미국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의 6배에 달한다. 너무 넓어서 입구가 따로 없고, 공원 안팎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하여 인근 마을인 포트 심슨(Fort simpson)이나 포트 리아드(Fort liard)에서 수상비행기를 타고 공원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비행기 차창으로 웅장한 장관 뿐 아니라 순록, 산양 등 야생동물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상비행기 타고 버지니아 폭포로

포트 심슨에서 타는 수상비행기는 호수나 강 위에도 착륙할 수 있다.

포트 심슨에서 타는 수상비행기는 호수나 강 위에도 착륙할 수 있다.

비행기 투어는 2가지 코스가 인기다. 버지니아 폭포(Virginia falls)로 향하는 6시간 코스, 그리고 글레이셔 호수(Glacier lake)까지 가는 8시간 코스. 산장에서 투숙하는 패키지 투어도 있다.
한 해 국립공원 방문객 수는 1000여명으로, 대부분 버지니아 폭포를 찾는다. 포트 심슨에서 경비행기를 타면 90분 만에 폭포에 도착한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폭포로, 좌우 폭이 259m, 높이는 96m다. 버지니아라는 이름은 1928년 지질 조사를 위해 폭포를 찾은 탐험가 펜리 헌터의 딸 이름이다. 원주민은 이 폭포를 ‘네일리초(Nailicho)’라 부른다. ‘큰 물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나이아가라 폭포보다도 낙차가 큰 버지니아 폭포.

나이아가라 폭포보다도 낙차가 큰 버지니아 폭포.

산길을 4㎞ 정도 걸어오르면 폭포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폭포의 중심에는 캐나다에서 전설적인 카누 전문가 빌 메이슨을 따서 이름 붙여진 메이슨스 록(Mason’s Rock)이라는 바위도 있다. 관광지로 조성된 나이아가라 폭포와 달리 버지니아 폭포는 거친 자연 그 자체다. 폭포 바로 앞까지 접근해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 쏟아지는 모습이 아찔하면서도 장쾌하다.

에메랄드빛 글레이셔 호수

에메랄드빛을 띠는 글레이셔 호수.

에메랄드빛을 띠는 글레이셔 호수.

버지니아 폭포를 지나 공원 중심부로 들어가면 봉우리 9000개로 이뤄진 ‘오를 수 없는 협곡(Cirque of the Unclimbables)’에 다다른다. 이름과 달리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암벽 등반 코스로 꼽힌다. 수많은 등반가가 봉우리 등정에 협곡을 기어오르기 위해 나하니 국립공원을 찾는다.

에메랄드빛을 띠는 글레이셔 호수.

에메랄드빛을 띠는 글레이셔 호수.

비행기에서 협곡을 내려다보면 짙은 회색빛을 띤다. 협곡이 석회암으로 이뤄져서다. 그러나 입구 쪽 글레이셔 호수로 가면 눈부신 빛깔을 만날 수 있다. 협곡 일대에서 흘러든 빙하수가 모여 이룬 호수는 공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희뿌연 사우스 나하니 강과 달리 투명한 에메랄드빛을 띤다.
호수 뒤로 보이는 산은 협곡에서 가장 높은 해리슨 스미스(Mount Harrison Smith) 산이다. 높이는 700m 밖에 안되지만, 절벽처럼 가파른 경사 때문에 역사상 단 한 팀만이 정상에 올랐다고 한다. 호숫가엔 등반가를 위한 작은 오두막과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장비만 있다면 하룻밤 묵을 수 있다.

원주민이 운영하는 산장
나하니 국립공원 동쪽, 클리 호수(Cli Lake)에는 독특한 산장이 있다. 원주민 부부가 운영하는 산장 ‘노스 나하니 로지(North nahanni lodge)’다. 통나무로 만든 외관은 여느 산장처럼 단출하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이 산장만의 개성이 드러난다. 원주민 전통 공예품으로 꾸민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인디언풍 침구류와 벽난로 덕분에 객실 분위기가 아늑하다. 샤워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원주민 부부가 운영하는 노스 나하니 산장.

원주민 부부가 운영하는 노스 나하니 산장.

노스 나하니 산장에 머물면, 클리 호수 건너편으로 보이는 국립공원의 풍광이 장관이다. 6·7월엔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펼쳐지고, 이 때가 아니면 호수를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오로라도 볼 수 있다. 주인 부부가 직접 요리한 송어, 바이슨 스테이크, 채소 샐러드도 맛있다. 포트 심슨에서 비행기나 배를 타고 올 수 있다. nahannilodge.com.

◇여행정보=나하니 국립공원은 6~8월 사이에 방문하는 게 가장 좋다. 7·8월 평균기온은 12~15도로,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도 있다. 국립공원에 가려면 우선 포트 심슨까지 가야 한다. 육로도 있지만 옐로나이프에서 국내선을 타는 게 일반적이다. 포트 심슨에서 출발하는 수상비행기는 심슨에어 홈페이지(simpsonair.ca) 참조. 나하니 국립공원 추천 일정은 캐나다관광청 홈페이지(goo.gl/dFT3Nf)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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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캐나다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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