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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하는 북·미 판문점 회담론 … 트럼프 또 “굉장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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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 북·미 회담이 ’전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 북·미 회담이 ’전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판문점 남측 지역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 “평화의 이정표 세울 장소” #문 대통령 ‘운전자론’ 탄력 받을 듯 #유엔 관할이라 의전·경호도 수월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높아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 회담 장소로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처음 판문점을 거론한 뒤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일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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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1일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고 결정의 주체들이 결정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판문점을 언급하고 나선 만큼 청와대 내부에선 판문점 회담을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회담까지 판문점에서 열리게 되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닌 평화의 상징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밤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명칭을 정확하게 알고 ‘symbolic(상징적)’이란 표현을 썼다”며 “분단을 녹여 내고 새로운 평화의 이정표를 세우는 장소로 판문점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문점에서 북·미 회담이 열릴 경우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강조해 온 한반도 운전자론에도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북·미 회담의 성과가 좋을 경우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연이어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남·북·미 3국 정상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 가장 가능성이 큰 곳은 판문점일 수밖에 없다”며 “일단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과 종전 체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실무 협의를 통해 준비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판문점에서 북·미 회담이 열리면 이는 한·미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미 회담이 앞당겨지면서 5월 중순으로 예정했던 한·미 정상회담 개최도 유보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담을 위해 방한할 경우 굳이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필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

판문점은 노벨 평화상을 기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장소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 당일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는 환호성과 함께 “노벨, 노벨, 노벨”을 연호하자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실제 북·미 회담이 성공하면 종전선언을 논의할 남·북·미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여기서도 결과가 좋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노벨 평화상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두 번째 해인 2009년에 수상한 것을 의식하는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판문점은 미군의 영향력이 큰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지역이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북·미 회담이 3~4주 내 개최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판문점이야말로 짧은 시간에 미국의 경호나 의전 매뉴얼에 부합하는 회담을 치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를 맡고 있는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국과장(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때마침 방한한 것도(4월 30일~5월 2일) 판문점에서 회담을 여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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