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비스 상무 등 3명 영장 … 노조 와해 ‘윗선’ 규명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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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방해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 임원과 협력사 대표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노조 설립 방해 의혹 수사 확대 #노조와해 공작 ‘그린화’ 작업 주도 #기획폐업·노조장례 방해 등 혐의

지난 4월 수사가 공식화한 이후 신병 확보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번주 삼성전자 서비스의 다른 핵심 임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노조 설립 방해를 지시한 ‘윗선’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삼성전자서비스 윤모 상무와 전 양산서비스센터 대표 도모씨, 전 해운대서비스센터 대표 유모씨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일 밝혔다.

윤 상무는 노조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상황실의 실무 책임자였다. 그는 2013년 7월~2015년 말까지 노조 와해 공작인 ‘그린화’ 작업을 추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윤 상무가 ‘노조활동은 곧 실직’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조활동이 왕성한 협력사의 기획폐업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도씨는 2014년 5월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당시 35세)씨의 상관이었다. 그는 염씨의 유족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네며 회유해 노조 몰래 시신을 화장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2014년 3월 윤 상무의 기획으로 추진된 센터 폐업 계획을 이행하고 그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은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2015년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방해 의혹’ 재수사는 삼성전자 본사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6일 검찰은 경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후 경총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경총은 2013~14년 삼성의 위임을 받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에 정보를 흘려주고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앞서 2월 삼성전자 압수 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삼성의 노조 대응 문건에는 ‘노조와의 단체 협상을 경총에 위임하고 최대한 시간을 지연하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전자 고위층과 옛 미래전략실도 노조 와해 작업에 개입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삼성전자 서비스 경원지사·남부지사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노조 와해 행위가 본사로 ‘일일 보고’된 정황을 발견했다. 삼성전자 간부가 노조 파업 대응 태스크포스(TF) 정기회의를 주관하고, 여기에 삼성전자서비스 사장과 경총 간부가 빠짐없이 참석하기도 했다.

또 수사팀은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노조 관련 대책을 미전실에서 보고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주 삼성전자서비스 임원급 간부들을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 본사나 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임원들에 대한 조사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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