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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 발차기 스승 ‘美 태권도 대부’ 이준구 사범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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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에게 ‘태권도의 아버지’ 불린 이준구(미국명 준 리, Jhoon Rhee) 씨가 3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86세.

이날 국제지도자연합은 “이준구 사범이 미국 버지니아의 한 병원에서 급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면서 “고인이 생애 마지막으로 당부한 ‘진실한 세상 만들기 운동’(TRUTOPIA)을 가슴 깊이 새기고 유지를 받들겠다”고 했다.

태권도 10단인 이준구 ‘준리 태권도’ 사범은 1950년대부터 미국에 태권도를 전파하여 대중화시킨 인물이다. 1962년 워싱턴 DC에 첫 태권도 학교를 연 이후 전세계 182개국으로 지부를 넓혔으며 미국 국회의사당 안에 최초로 태권도 클럽을 설치했다.

고인 이씨는 1957년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텍사스 대학 토목공학과를 다니다 1962년 수도인 워싱턴DC에서 도장을 차리고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 강도를 당한 연방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태권도를 배우면 강도를 당하지 않는다”고 설득해 태권도를 배우게 한 것은 유명하다. 이 일은 추후 미전역에 태권도 바람을 일으킨 효시가 됐다.

이후 그는 의회의사당 안에 태권도장을 설치하고, 상·하원 의원 300여 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톰 폴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그의 제자다.

워싱턴DC에 태권도를 전파한 지 40년을 넘긴 2003년 6월 28일, 당시 워싱턴DC 시장은 그의 공로를 인정해 ‘이준구의 날’을 선포했다.

이씨는 또 2000년 미정부가 발표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의 한 명으로 선정됐으며, 미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름이 실리기도 했다.

이씨는 태권도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명성을 얻었다.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격투기의 영원한 전설 이소룡(브루스 리)의 태권도 스승으로 유명세를 치르면서다.

이씨는 생전에 “제자를 숫자로 따지면 수백만 명은 될 것”이라며 “이소룡한테는 족기(발기술)를 가르치고, 나는 그에게서 수기(손기술)를 배웠다. 알리에게는 태권도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이 사범은 이소룡과 함께 1973년 영화 ‘흑권(When Taekwondo Strikes)’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일흔을 넘겨서도 매일 팔굽혀펴기 1000개를 하고 송판을 격파하던 그는 7~8년 전 대상포진이 발병한 후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부인 테레사 리 여사와 지미 리(메릴랜드주 특수산업부 장관) 등 3남 1녀가 있다.

영결식은 8일 오전 11시 매클린 바이블 처치에서 열리며, 장지는 인근 폴스처치의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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