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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야 카페야 … 매출 2배로 뛴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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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븐일레븐이 지난 1월 서울 세종대로에 선보인 카페형 편의점 ‘더랩(The Lab) 도시락(樂)4.0’ 매장 모습. 1층은 편의점, 2층은 북카페, 3층은 직원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이 지난 1월 서울 세종대로에 선보인 카페형 편의점 ‘더랩(The Lab) 도시락(樂)4.0’ 매장 모습. 1층은 편의점, 2층은 북카페, 3층은 직원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세븐일레븐]

서울 남대문에서 세븐일레븐 카페형 편의점을 운영하는 유정례씨는 요즘 신이 났다. 지난달 평균 하루 매출이 528만원에 달해서다. 2년 전 오픈 시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유씨는 “오픈할 때 250만원, 지난해 3월에 400만원 그리고 지난달에 528만원을 찍었다”며 “처음엔 ‘라면 정도나 팔리겠지’ 했는데, 그 손님들이 단골로 변해 하루 평균 방문객이 1200여 명”이라고 말했다.

45호점 연 세븐일레븐 카페형 매장 #2배 큰 매장, 아늑한 휴게공간 갖춰 #오래 머물고 1인당 구매액도 많아 #초기 개설 비용은 다소 많이 들어

매출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요즘 남대문 근방 직장인의 라이프스타일도 엿보인다.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의 아침 시간대와 1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의 점심시간대 매출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유씨는 “건강 도시락 같은 즉석·신선식품, 컵 과일, 디저트, 커피 등이 가장 많이 팔린다”며 “서너명이 와서 이렇게 구매하면 총 2만원 안팎으로 1인 객단가는 약 600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요즘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인 “가성비 좋은 점심을 저격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보통 편의점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담배는 “18%에 불과하다”고 했다.

카페형 편의점이 약진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카페형 편의점이 최근 45곳으로 늘었다고 29일 밝혔다. 카페형 편의점은 평균 면적이 일반 편의점보다 2배가량 크고, 대규모 휴게·취식 공간을 갖춘 매장을 이른다. 대부분 1층에 매장, 2층에 카페 공간을 갖추고 있다. 북카페나 스터디룸·화장실·안마기가 있는 곳도 있다. 카페형 편의점은 지난 2014년 세븐일레븐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도시락카페 컨셉트의 ‘KT 강남점’을 열며 시작됐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카페형 편의점은 일반 매장보다 평균 방문객 수가 40% 이상 많았다. 또 1인 구매비용은 50% 이상 높았다. 특히 푸드·즉석식품 매출은 전체의 20%로 일반 매장(10%)의 두배에 달했다. 또 고객 중 여성 비중은 40%로 일반 점포 (35%)보다 높다. 지방에 많이 분포된 점도 특징이다. 카페가 많지 않은 지방 소도시나 지자체의 수퍼마켓과 카페 역할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은 머무르는 시간이 40초에서 1분에 불과하지만, 카페형 편의점은 이런 선입견을 깨고 있다”며 “이제 편의점은 생필품을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 쇼핑과 문화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으로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페형 편의점이 대세가 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보통 40평(약 130㎡)은 돼야 하므로 인테리어 등 투자비가 많이 든다”면서 “또 주변 카페와 경쟁해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세븐일레븐 남대문 점포의 인테리어 비용은 다른 점포에 비해 2.5배 더 든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형 매장의 등장은 무한경쟁에 돌입한 편의점 업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편의점은 현재 4만개를 넘어섰으며, 지난 2014년 위드미를 인수한 이마트24가 최근 매장을 3000개까지 늘리며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편의점 업계에선 카페형 편의점뿐만 아니라 무인점포 등 미래형 편의점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본다. 이 중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편의점 형태가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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