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아주 나이스 레이디" 문배주 원샷 오간 만찬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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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제주도 오연준군의 '고향의 봄'을 들은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평양냉면은 꿩고기 경단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3층 연회장에서 열린 만찬에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평양냉면 맛이 어떠냐”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이렇게 권했다고 한다. 평양냉면은 닭고기, 소고기뿐만 아니라 꿩고기를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추 대표는 만찬 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을 통한 브리핑에서 “통역이 필요 없는 만찬장을 실감한 자리였다. 격의 없이 친밀하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된, 그야말로 격식 없는 웃음이 꽃이 핀 만찬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날 만찬에는 평양 옥류관 냉면이 주요 메뉴로 올랐다.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 메뉴인 옥류관 평양냉면. 김상선 기자

북한은 27일 오후 판문각에서 만든 냉면 사리를 4번에 걸쳐 평화의집으로 가져 왔다. 김상선 기자

만찬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등 일행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마련했다. 남측에선 문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민주당 추미애 대표ㆍ우원식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등 34명이, 북측에선 김정은 위원장 부부를 비롯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26명이 참석했다.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만찬 메뉴인 옥류관 평양냉면을 먹고 있다. 김상선 기자

추 대표는 만찬장 1번 테이블에 이수용 북한 중앙위 부위원장,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등과 함께 자리했다. 1번 테이블에선 만찬장 메뉴가 화제가 됐다. 김 부부장은 북한에 잘 알려진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 남해 통영 바다의 문어로 만든 냉채가 상에 오르자 통영을 궁금해 했다고 한다. 이에 추 대표는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이라고 설명했고 그러자 김 부부장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추 대표는 만찬장에서 가수 윤도현이 편곡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즉석에서 개사해 모두 함께 불렀다고 전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만찬에 참석했다. 우 원내대표 부친 고향은 북한 황해도이고, 아내 고향은 함경도 단천이다. 우 원내대표는 만찬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의 아버지 고향은 황해도이고, 그곳에 저의 누님이 두 분 계신다. 저의 아내도 함경도 단천인데 이산가족의 아픔이 있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만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오늘의 이 만남과 선언에 대해 너무 감격스럽다. 그렇기에 절대로 후퇴하지 말고, 큰 길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힘껏 함께 노력하자”고 말하면서 만찬주인 문배주를 원샷했다고 우 원내대표는 전했다.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측과 접촉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이날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을 마친 뒤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맹경일 참사 등 6·15(남북 정상회담) 때 인사들을 반갑게 해후했다”며 “김여정 부부장은 아주 나이스 레이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독특한 카리스마, 현송월 단장과도 건배를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김정은이 “여기서 이렇게 만나리라 생각 못했다. 6·15가 시작되어 오늘이 왔다”는 언급을 했다고 소개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성공했다. 제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게 영광이었다”며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합의하신 두 정상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도 만찬에 참석했다. 이 전 장관은 만찬 뒤 JTBC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 부인 이설주와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굉장히 다정하게 서로 얘기도 하고 건배도 했다”며 “김 위원장하고 문 대통령 서로 간에 만찬사를 하며 무엇보다도 실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이는 게 가장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번 정상회담에 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스타일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두 사람 다 소탈하고 유머러스하다는 느낌을 똑같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이 허장성세에 가깝다면 김정은은 약간 실용적이고 굉장히 현장점검을 하는, 그래서 목표를 크게 내세우기보다는 나름대로 실천을 하려는 것으로 보여졌다”고 설명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