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원자재펀드 트라우마 … 유가 올라 수익률 좋은데도 투자심리는 꺾여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81호 16면

국내 원자재 펀드 수익률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은 5.3%(26일 기준)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손실이 났다.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0.4%에 그쳤다. 원자재 펀드 몸값이 오른 건 유가 영향이 크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원자재담당 연구원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 이후 중동 리스크가 커진데다 석유수출기구(OPEC)의 감산정책으로 원유 재고가 줄면서 유가가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23일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년여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68.64달러를 기록했다.

투자자들 최근 2~3년 상당수 손실 #6% 넘는 수익률에도 돈 빠져나가 #유가보다 구리 등 비철금속 유망 #자산가들은 현물인 골드바에 투자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런데 원자재펀드 규모는 지속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원자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47개 펀드에서 올 들어 22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원자재펀드 수익이 되살아나는데도 투자심리는 한풀 꺾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2~3년새 상당수 투자자가 원자재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뒤로 관심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펀드 투자처럼 원자재 투자가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파생결합증권(DLS)다. 가입 이후 40~50%이상 가격이 폭락하지 않으면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었다. 금융사들이 앞다퉈 안전한 상품이라고 팔았다. 문제는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WTI 가격이 2년 뒤 26달러까지 급락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에 확정된 손실만 3178억원에 달했다. 손실이 커지면서 투자자 민원이나 법적 다툼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원자재는 개인이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 대부분 원자재 선물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관련 기업이나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DLS 등을 활용한다. 최근엔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가 많다. 증시에 상장돼 있어 일반 펀드보다 사고 파는 게 쉽기 때문이다. 이승호 하나금융투자 상무는 “간접투자를 한다고 해도 원자재는 워낙 변동성이 크고 구리·원유·농산물 등 상품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가 시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산가들은 원자재 중에서도 금을 선호한다. 특히 금 관련 금융상품보다 금덩이(골드바)에 투자한다. 시세 차익은 비과세로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상이 아니어서다. 단 금덩이를 사면 부가가치세·거래수수료 등 15% 안팎의 추가 비용이 든다. 한국금거소에 따르면 25일 기준 1㎏짜리 골드바 가격은 약 530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월 무게 12.5㎏짜리 초대형 금덩이를 내놓았다. 현재 금 시세(g당 4만6100원)를 고려하면 골드바 가격은 6억원이 넘는다. 집 한채 가격과 맞먹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금 값은 주식·채권·부동산 등 다른 자산들과 따로 놀아 포트폴리오 짤 때 안전자산으로 편입한다”고 말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한반도 위기설 등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1㎏짜리 골드바 판매량이 2배 이상 증가한다.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을 높여주는 유가 오름세는 이어질까.  단기적으로 WTI가격이 더 오르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유가격의 선행지표인 5년 원유 선물 가격이 WTI기준 배럴당 49~54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가격도 반등하고 있어 상승세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병진 연구원역시 “중동 불안 탓이 단기적으로 과열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유가보다 비철금속이 투자 매력도가 크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구리·니켈·알루미늄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