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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경찰은 미루고, 검찰은 막고 … 드루킹 수사부터 특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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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4면

경찰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통신·금융 내역을 조사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자 검찰이 반려했다. 경찰은 김 의원의 ‘드루킹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자 검찰은 반려 이유는 밝히지 않고 “수사 기밀에 속하는 사항인데 그런 것을 외부에 공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을 힐난했다. 검찰은 드루킹(김동원씨) 측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아 뇌물수수 혐의까지 받고 있는 한모씨(김 의원 보좌관) 집 등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에도 퇴짜를 놓았다. 또 검찰은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으로 김씨 등에 대한 수사를 벌였으나 자금 추적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수상한 일이 한둘이 아니다.

경찰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김씨를 체포한 것이 지난달 21일이었고, 검찰에 김씨와 김 의원이 텔레그램 메신저로 댓글 관련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보고한 게 이달 12일이었는데 24일에야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정말 수사를 하려는 것인지, 비난 여론을 의식해 구색은 갖추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 가운데 경찰은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 방송사 수습기자가 드루킹 일당의 아지트로 사용된 경기도 파주의 사무실에서 태블릿PC 등을 훔친 것이 발단이었다. 해당 기자는 이미 경찰 조사를 받았고, 가지고 나온 물건들도 경찰이 확보했다. 그런데도 언론사를 뒤지겠다며 경찰관들이 들이닥쳤다. 드루킹 게이트 본류와 절도 사건이라는 곁가지를 대하는 경찰 태도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언론사가 성역(聖域)이나 치외법권 지역은 아니다. 하지만 경찰의 이러한 행태는 언론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잉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경찰은 김 의원 관련 의혹을 감싸며 수사를 미뤄 왔다. 검찰은 모르는 척하거나 막았다. 국민은 검경의 이런 모습에 다시 한번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 말고는 의혹의 실체를 규명해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검 수사 대상엔 마땅히 검경의 수상한 수사 과정도 포함돼야 한다. 민주당에 거듭 촉구한다. 특검을 피하지 말라. 호미로 막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