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100년 만에 확장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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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미뤄져 왔던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가 친디아(Chindia.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한꺼번에 일컫는 말) 덕에 마침내 시작된다. 1914년 완공됐으니 거의 100년 만의 대수술이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파나마운하관리청(ACP)이 운하의 확장을 승인했다고 4일 보도했다. ACP의 호르게 퀴하노 해상운영국장은 "파나마 운하가 아시아 신흥 시장과 미국 동부지역 간의 주요 수송로라는 점이 운하의 확장을 결정하는 고려사항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자 곧바로 운하 확장을 검토했으나 워낙 거액의 예산이 필요한 작업이라 몇 년간 결정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확장 작업에는 7년이 걸리고 8000명의 인력이 투입될 계획이다.

파나마 운하는 중국과 인도 경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해운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최근 몸살을 앓아왔다. 운하를 이용하기 위해 대기하는 배가 평균 64척이었으나 최근에는 100척으로 늘었다. 이렇게 운하의 처리 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선주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또 선박들이 100년 전보다 대형화돼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지 못하는 배도 많이 생겨났다. 대형 유조선.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벌크선 등은 아예 진입도 하지 못한다. 수익이 많이 나는 대형 선박을 잡기 위해 파나마 정부가 확장에 의욕을 보이게 된 계기 중 하나다.

미국 등 운하를 많이 이용하는 나라들도 확장을 서둘러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곳을 방문해 운하 확장을 요청했다. 부시는 "운하 시설의 현대화와 확장은 미국의 관심 사항"이라며 "운하가 처음 지어졌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므로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이 바다를 이용해 수송하는 물량의 16%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다. 운하를 기준으로 보면 통과 교통량의 68%가 미국을 출발지나 도착지로 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의 일부 국가도 운하 확장 사업에 참여할 뜻을 비추고 있다.

파나마 정부는 운하 확장에 75억 달러(약 7조14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주개발은행(IDB)은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30~50%가량인 50억~75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파나마 정부는 필요한 재원의 대부분을 IDB 같은 국제 금융기관에서 빌려 마련할 계획이다.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파나마 정부가 돈을 빌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999년 미국에서 운영권을 넘겨받은 뒤 사고 감소, 통행량 증가, 소요 시간 단축 등 좋은 경영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파나마 정부는 이와 함께 통행료 인상도 계획하고 있다. 2004년 말 컨테이너당 31달러였던 통행료를 2007년 5월부터 54달러로 올리는 등 단계별 인상안을 만들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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