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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주의 위협하는 네이버의 뉴스 독점, 공정위가 나서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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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드루킹 게이트(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를 계기로 네이버가 댓글 장사를 벌이며 조작을 부추기거나 최소한 방조했다는 정황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네이버는 25일 댓글 정책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뉴스를 네이버 안에서만 소비하도록 하는 인링크 정책을 고수하는 등 뉴스 집중에 따른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네이버의 자정 능력이 의심받는 만큼 공정거래법을 통해 네이버의 독점구조 제재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반발 부른 안일한 인식의 댓글 개편안 #미·유럽처럼 여론 독점 강력 제재해야

네이버는 이날 아이디당 같은 기사에 달 수 있는 댓글 수를 기존의 20개에서 3개로 줄이고(하루 댓글 한도는 20개로 유지), 댓글에 누를 수 있는 공감·비공감 수는 무제한에서 24시간 기준 50개로 제한했다. 쉽게 말해 한 아이디당 일정 시간 안에 특정 기사에 달 수 있는 댓글과 공감의 수만 일부 줄이면서 기존 댓글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이미 드루킹 게이트 수사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이 아이디를 무한정 만들 수 있다는 게 밝혀진 마당에 아무 효과 없는 댓글 수 제한 방침을 내놓은 것 자체가 이 사안을 바라보는 네이버의 안일한 문제의식을 그대로 보여 준다. 네이버는 과거에도 여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방패막이용 각종 외부 위원회를 만드는 식으로 상황을 모면해 왔다. 하지만 이런 적폐가 쌓여 민주주의의 근간인 여론의 다양성을 해칠 뿐 아니라 여론 조작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면서 네이버 독점 구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네이버를 통한 뉴스 이용률(점유율과 비슷한 개념)은 64%로, 검색시장뿐만 아니라 뉴스시장에서도 지배적 지위(독점)를 누리고 있다. 뉴스를 클릭하면 자사 사이트로 연결되는 아웃링크제가 뉴스 소비를 분산시켜 독점에 따른 폐해를 줄일 수 있지만, 네이버는 거꾸로 노출이나 검색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사실상 언론사들에 인링크 정책을 강요해 왔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 경쟁을 해치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법으로 얼마든지 제재가 가능하다. 독점 전문 변호사들은 “뉴스 편집권 등을 빌미로 개별 언론사들에 인링크를 강요해 사실상 언론사의 선택권을 제한한 것이기에 지위 남용으로 네이버를 제재할 수 있다”며 “매출 10%에 해당하는 과징금 부과는 물론 서비스 분할이 안 돼 있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분할 명령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색 기업과 뉴스 기업으로 쪼갤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은 여론 독점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는 추세다. 미 법무부가 케이블TV를 소유한 거대 통신사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제동을 건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케이블TV를 통해 방송콘텐트를 유통하는 AT&T가 CNN 등 뉴스 콘텐트를 제작하는 자회사를 둔 타임워너를 합병하는 게 반독점법에 위배된다며 CNN 매각을 합병 승인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네이버도 어설픈 눈속임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말고 이번에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