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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천사(1004)길, 보훈샘터..국민휴식공간 된 대전현충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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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보훈사랑 현충원길 걷기대회 장면. 330만㎡(100만평)의 묘역에는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둘레길에는 주말이면 1000여명이 찾는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보훈사랑 현충원길 걷기대회 장면. 330만㎡(100만평)의 묘역에는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둘레길에는 주말이면 1000여명이 찾는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1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갑하산 자락 330만㎡(100만평)의 묘역을 둘러싸고 있는 둘레길에는 산책하러 온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이날도 1000여명이 둘레길을 걸으며 주말을 즐겼다.  2007년 만들기 시작해 2017년 완성된 보훈둘레길은 휴식공간으로 인기다. 10.04㎞ 구간의 둘레길은 ‘천사가 걷는 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보훈사랑 현충원길 걷기대회. 프리랜서 김성태

보훈사랑 현충원길 걷기대회. 프리랜서 김성태

권율정(56) 대전현충원장은 “둘레길을 조성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만들지 않고 현충원 살림살이를 하면서 아낀 돈(물품구입비 등) 1000여 만원으로 만들었다”며 “예산을 한푼 두푼 마련해 길을 닦다 보니 조성 기간이 길었다”고 설명했다.

연간 290만명 찾는 국립대전현충원 #추모시설외에 보훈둘레길, 약수터 등 휴식공간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등에는 추모 돌화병 #대전현충원 보훈 음악회 등 연중 체험행사 열어

국립대전현충원 보훈 둘레길을 어린이들이 걷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립대전현충원 보훈 둘레길을 어린이들이 걷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보훈둘레길은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만든 게 특징이다. 각 구간에서는 구절초 군락, 메타세콰이어길, 대나무숲길, 보훈배롱나무길, 황톳길, 단풍길, 국가원수묘역, 호국철도기념관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꿩, 까치, 청둥오리, 딱따구리, 백로, 산비둘기, 다람쥐, 사슴, 고라니, 너구리 등 다양한 동물도 있다. 이곳을 찾은 김남수(50·대전시 서구 도안동)씨는 “보훈 둘레길은 경치도 좋을 뿐 아니라 자녀에게 애국심도 길러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유성구 갑동 갑하산 자락에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유성구 갑동 갑하산 자락에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현충원이 국민 휴식공간으로도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이곳 방문객은 290만여 명이다. 이 가운데 참배객이 190여만 명이고, 나머지는 둘레길 방문객이나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다.
많은 사람이 대전현충원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묘역에는 눈길을 끄는 기념물이 있고 볼거리나 체험프로그램도 상당수다. 1985년 문을 연 이곳에는 12만 5000위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안장돼 있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묘역에 돌화병이 놓였다. 권율정 현충원장이 돌화병을 닦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묘역에 돌화병이 놓였다. 권율정 현충원장이 돌화병을 닦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02년 제2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 놓인 돌화병. 이들 돌화병은 모두 누군가가 남몰래 갖다 놓은 것이다. 권율정 원장이 돌화병을 닦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02년 제2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 놓인 돌화병. 이들 돌화병은 모두 누군가가 남몰래 갖다 놓은 것이다. 권율정 원장이 돌화병을 닦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묘역 곳곳에는 누군가가 몰래 갖다 놓은 돌화병이 눈길을 끈다. 권율정 원장은 “2015년부터 보이기 시작한 돌화병은 어림잡아 50여개에 이른다”며 “대부분 경비원이 묘역을 순찰하면서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돌화병에는 어김없이 꽃이 꽂아 있고 추모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날짜를 적어놓은 것을 보면 한 사람이 갖다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 놓인 돌화병. '얼굴없는 천사'가 설치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 놓인 돌화병. '얼굴없는 천사'가 설치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알아주고 헤아리며 기억합니다. 공주님 시은과 강정순님 위해 기도와 힘찬 응원합니다. 2016년 2월 3일 영화 ‘연평해전’ 관람객: 좋은 삶을 응원하는 가정주부’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참수리 357호 고(故) 조천형 중사 묘소의 화병에 새겨진 문구다.

‘기억합니다. 지식은 경험자 앞에서 구식입니다. 2017년 9월 5일’ 천안함 46용사 구조 과정에서 순직한 해군 특수전(UDT/SEAL)요원 고 한주호 준위 묘소의 화병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국립대전현충원 서해수호 55용사 흉상부조 추모의 벽에서 권율정 현충원장(가운데)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립대전현충원 서해수호 55용사 흉상부조 추모의 벽에서 권율정 현충원장(가운데)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현충원 입구 좌측에 있는 보훈동산에는 서해수호 55용사 ‘흉상부조 추모의 벽’이 조성돼 있다. 이 흉상부조는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 서해를 수호하다 희생된 용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젊은 예술작가 26명의 재능기부로 지난해 8월 설치했다. 추모의 벽 안내판에는 ‘서해수호의 날(3월 넷째 주 금요일)’ 제정 경위, 북방한계선(NLL)사수 당위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봉사활동 등을 위해 대전현충원을 자주 찾는 권흥주씨는 "현충원을 찾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생각하면 하루하루를 보람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국립대전현충원 보훈샘터(약수터)에서 시민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 국립대전현충원]

국립대전현충원 보훈샘터(약수터)에서 시민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 국립대전현충원]

대전현충원 편의시설도 독특하다. 장군 제1묘역 인근에는 약수터(보훈샘터)가 있다. 지하 암반수가 끊임없이 솟아 나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대전현충원은 이곳을 시민이 이용할 수 있게 음수 용기 등을 설치하고 2015년 일반에 공개했다. 약수터에는 이른 아침부터 약수를 담으러 온 시민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와 함께 이곳 화장실은 여성과 남성의 화장실 면적을 7대3의 비율로 만들어 ‘양성평등 화장실’로 부른다.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고인들이 안장된 장사병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고인들이 안장된 장사병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현충원은 보훈음악회, 태극기퍼레이드, 숲길체험, 서해 수호 걷기 대회, 호국 영웅묘소 돌보기 등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지난해 9만4000여명이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대전현충원은 묘역 부지를 확보하는 대신 납골당(봉안당)을 만들어 호국영령을 모시기로 했다. 5만기를 수용할 수 있는 봉안당은 400억원을 들여 2020년 완공된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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