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오 - 매 단풍 들것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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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영랑(1903~1950) '오 - 매 단풍 들것네'(전문)

"오 - 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러와
누이는 놀란듯이 쳐다보며
"오 - 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 모레 기다리리
바람이 잦아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 - 매 단풍 들것네".



추석 명절이 내일 모레다. 지난해에 친구들이랑 한국전쟁의 북새통에 돌아가신 시인의 생가에 다녀온 기억이 새롭다. "오 - 매 단풍 들것네" 하는 누이의 목소리가 지금 들리는가. 전라도 발음으로 "오 - 매"(어머나!) 하는 예쁜 누이의 감탄사는 들어도 들어도 정이 간다. 혹시 장광이 뭔지 모르는 분이 있을지 몰라 걱정이다.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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