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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째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역사모’ 어느덧 100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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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01년 6월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 창립회의에서 고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장(왼쪽 둘째)이 모임의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

2001년 6월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 창립회의에서 고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장(왼쪽 둘째)이 모임의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

2001년 6월 29일 오전 7시 한국 프레스센터. 고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조선왕조실록』을 처음 디지털로 만들어낸 서울시스템 고 이웅근 회장을 비롯해 당시 한국의 정치·사회·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조규향 전 문교부 차관,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전 기획예산처 장관), 신윤식 전 데이콤 사장, 이제훈 전 중앙일보 사장, 조건호 전 무역협회 부회장, 김경희 지식산업사 대표, 그리고 역사 드라마로 유명한 고 신봉승 극작가의 모습도 보였다.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역사모’)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일 교과서 왜곡, 중 동북공정 대응 #27일 기념식 … 격월로 정기모임

그날부터 지금까지 17년째 한 회도 거르지 않고 두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이어온 조찬강연모임이 27일 100회를 맞는다. 역사모는 보통 아침에 열리지만, 100회 행사는 기념식을 겸해 만찬으로 준비했다. 이날 오후 5시 프레지던트호텔 19층 아이비홀에서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17년의 세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역사모를 만들고 이끌어온 이성무·이웅근 전 회장은 고인이 되었고, 창립 때 60대 전후의 장년이었던 대부분의 회원은 이미 일흔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역사모를 설립하며 내걸었던 취지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위기에 처한 국가와 사회를 바르게 인도하려면 온전한 역사 탐구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건전한 민족의식을 고양해야 한다.”

역사모가 창립되던 2001년엔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가 크게 불거졌었다. 역사 왜곡 문제를 민간 차원에서 논의하며 해법의 지혜를 모으려는 목적이 역사모 창립 취지에는 담겨 있었다.

이성무 전 회장은 제1회 ‘한국의 역사와 문화’ 특강에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은 우리의 역사의식이 약해진 결과”라고 진단하며 한국 발전의 원동력이 된 우리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곧이어 중국의 동북공정도 벌어졌다. 고구려를 비롯한 한국의 고대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역사 왜곡이었다. 그런 와중에 한국에선 주요 국가 고시의 국사 시험이 없어지고 학교 교육에서도 역사 과목이 줄어들고 있었다. 한국이 마치 동북아시아의 ‘역사 샌드위치’ 같은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역사모는 우리의 역사 교육을 진단하는 특강을 열고, 학술 세미사를 열며, 때론 성명을 내는 식으로 대응했다.

지난 100회 동안의 특강 주제는 근현대사, 정치사와 역사인식, 역사교욱, 일본·중국·북한 문제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조찬 강연 직후엔 회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토론이 뜨거워지다 보면 출근 시간에 맞춰야 하는 회원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하며 자리를 뜨곤 했다. 현재 4대 회장 이문원 전 독립기념관장과 함께 역사모 살림을 이끌고 있는 고혜령 전 국사편찬위원회 편사기획실장은 “앞으로 젊은 회원을 많이 영입해 분위기를 새롭게 하면서 강연의 주제도 다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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