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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4년만에 10조 늘었다...1분기 투자액 사상 최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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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퇴근을 서두르고 있다. 이곳에는 게임사와 바이오 기업 등 1000여 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중앙포토]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퇴근을 서두르고 있다. 이곳에는 게임사와 바이오 기업 등 1000여 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중앙포토]

 1999년 문을 연 바이오 기업 엔지켐생명과학은 올해 2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현재 시가 총액 7000억원을 넘어선 이 회사는 2011년 벤처캐피탈 30억원을 투자받아 충북 제천시에 생산 공장을 세우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구강점막염 치료제 등을 생산하며 지난해 매출 368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벤처투자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벤처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액이 6348억원으로 조사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054억원)보다 56.6%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고치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 신규 결성액도 올해 1분기 9934억원을 지난해 같은 기간(6772억원)과 비교해 46.7%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증가한 벤처투자 금액.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증가한 벤처투자 금액.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펀드는 중기부에 등록 및 신고하는 창업투자조합과 한국벤처투자조합을 통해 조성된 펀드를 말한다. 창업기업이나 벤처기업에 40%를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투자금액 중 90%가 창업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이상창 중기부투자회수관리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모태펀드에 역대 최대 규모인 8000억원을 투입하면서 민간이 결성하는 벤처펀드의 종잣돈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벤처펀드, 지난해 연말 20조원 넘어서 

벤처펀드의 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중기부에 따르면 2013년 연말 10조원을 돌파한 벤처펀드는 4년 만인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투자금 증가폭이 컸다.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등 정보통신 업종의 올해 1분기 투자금액은 218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01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바이오 등 생명공학 업종도 같은 기간 1486억원의 투자금이 이어져 지난해 같은 기간(534억원)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문화콘텐트, 유통ㆍ서비스업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8%p, 6.8%p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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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이하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 쏠림 현상도 확인됐다. 올해 1분기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 342곳 중 3년 이하 기업이 155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3~7년(106개), 7년 초과(81개)로 조사됐다.

창업투자회사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신규 등록 창업투자회사는 8개로 전년 동기(1개) 대비 늘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창업투자회사 125곳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창업투자회사 자본금 요건이 기존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증가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홍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벤처투자가 이런 추세를 올해 내내 유지할 경우 지난해 신규투자액(2조3803억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중심 벤처투자 열풍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중심의 벤처투자 열풍은 코스닥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 상장 1호로 기록된 카페24가 대표적이다. 테슬라 요건은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처럼 적자를 내고 있어도 기술력이나 사업 아이디어 등 성장성이 있는 업체에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지난해 흑자 전환한 카페24는 인터넷 쇼핑몰 구축 등 온라인 비즈니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 150만개가 카페24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코스닥 상장사 13곳 중 벤처 캐피탈 투자 기업은 7곳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 중 6곳이 정보통신 및 생명공학 업종이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코스닥 벤처펀드 투자도 활발하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출시 9거래일만인 지난 5일 출시 9일 만에 판매액이 1조1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출시된 세제 혜택 상품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벤처’, ‘중소형’ 이름을 단 펀드도 줄지어 출시되고 있다. 코스닥 펀드 시장 자금 유입세는 올 초부터 두드러진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코스닥 상장 기업 중심의 중소형 주식형 펀드에 5406억원이 순유입됐다.

벤처투자 회수 시장 고민해야 할 시점 

전문가들은 벤처펀드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선 만큼 투자금 회수 및 재투자로 이어지는 '회수 시장'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신규 벤처투자에 들어간 돈이 회수되고 재투자로 이어져야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에 들어간 투자금 회수의 두 축은 기업공개(IPO)와 인수ㆍ합병(M&A)인데 국내에선 M&A보다 IPO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한국벤처기업협회 박태근 실장은 “미국은 벤처펀드 회수 시장의 80%를 M&A가 차지하지만 국내는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M&A가 잘되도록 해야 국내 벤처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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