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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에만 '공감' 누른 아이디 비공개 하는 네이버…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네이버 기사의 상위 댓글들. '공감', '비공감' 숫자가 표시될 뿐, 누가 눌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사진 온라인 캡처]

한 네이버 기사의 상위 댓글들. '공감', '비공감' 숫자가 표시될 뿐, 누가 눌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사진 온라인 캡처]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49)씨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에서 경찰이 범죄 혐의를 확인한 것은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를 사용해 특정 댓글의 ‘공감’ 수를 올린 부분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네이버의 기사 댓글에 ‘공감’을 누른 아이디가 뭔지 알 수 없다. 네이버가 유독 기사 댓글에 ‘공감’을 누른 아이디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 포스트 등 다른 서비스에선 공감을 누른 아이디나 닉네임을 공개하고 있다.

네이버 포스트에 '좋아요'를 누른 이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 있다. [사진 온라인 캡처]

네이버 포스트에 '좋아요'를 누른 이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 있다. [사진 온라인 캡처]

네이버 블로그에 '공감'를 누른 이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 있다. [사진 온라인 캡처]

네이버 블로그에 '공감'를 누른 이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 있다. [사진 온라인 캡처]

이러다보니 유독 기사 댓글에 ‘공감’을 누른 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네이버의 방식이 댓글 조작을 용이하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슷한 내용의 댓글에 특정 아이디들의 ‘공감’이 몰려 있다면 조작이 아닌지 의심을 할 수 있지만, 현재의 방식은 단순히 ‘공감’이나 ‘비공감’의 숫자만 공개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씨에게 10건의 기사 주소(URL)를 보냈다고 밝혔다. 김씨가 자백한 1월17일 댓글 외에도 6개의 개사 18개 댓글에 대한 매크로 조작 정황을 경찰은 확인한 상태다. 조작한 댓글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기사들의 댓글에 ‘공감’을 누른 아이디에 대한 정보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여러 번 반복해서 ‘공감’을 누른 아이디가 있는지, 김씨 일당으로 추정되는 아이디가 포함됐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이번 사건처럼 수사 기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수사하지 않는 이상 ‘공감 몰아주기 조작’을 확인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공감’ 몰아주기는 가장 효율적인 댓글 조작 방식”  

온라인 언더마케터(조작 업자) A씨는 “만약 나에게 댓글 조작 의뢰가 들어온다면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 댓글 수천 개를 다는 것보다, 적당한 댓글 두세 개에 ‘공감’을 몰아줘 상위 5개 안에 올려놓는 방식을 쓸 것 같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버가 유독 기사 댓글에서는 ‘공감’을 누른 아이디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댓글을 새로 적는 것보다 ‘공감’ 수를 올리는 게 부담도 덜하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기사는 컴퓨터로 접속하면 공감이 많은 댓글 중 상위 10개를, 모바일로 접속하면 상위 5개를 한 화면에 보여준다. 많은 이용자가 일부러 하위 댓글들을 찾아보지 않고 첫 화면의 댓글 중에서 ‘공감’이나 ‘비공감’을 누르기 때문에, 첫 화면에 노출된 상위 댓글들은 대부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상위에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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