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파장 일으킨 '돈 받았다 돌려준' 사례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모(49)씨 일당 중 한 명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보좌관 A씨가 500만원의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과 여권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전 김씨 일당 중 한 명에게 500만원을 빌린 A씨는 지난달 말 이를 되돌려줬다. 돈을 빌린 지 1년 가까이 갚지 않고 있다가 김씨가 구속된 이후에야 갚은 것이다.
A씨는 “개인적인 금전 거래”라고 해명한 뒤 김 의원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A보좌관의 해명이 정확한지는 제가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A씨의 금전 거래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이 때문에 고심하다 경남지사 출마 선언도 연기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의 구조는 단순하다. ‘A씨가 드루킹 일당과 개인적인 금전 거래를 했다. 불법적인 성격이 있는지는 경찰이 밝혀달라’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밝혀야 할 의문점은 많다. 국회 보좌관은 공무원 4급 상당으로 7000만원대의 연봉을 받는다. A씨가 급전이 필요해 500만원을 빌렸을 수는 있지만, 돈을 빌린 상대가 하필 드루킹 일당이었다는 점이 문제다. 적어도 수백만 원은 빌릴 수 있을 정도의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는 의미인데, 짧은 기간에 그런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A씨는 김 의원이 2016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함께 해왔다.
또 개인적인 금전 거래가 맞는지, 대차관계가 아니라 금품을 건넸다가 문제가 생기자 돌려준 게 아닌지 등도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이다.
비교적 적은 금액을 ‘개인적 관계’로 빌렸다가 다시 돌려줬지만,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휩쓸린 경우가 적잖다.
2012년 고승덕 전 한나라당 의원의 전당대회 봉투 살포 폭로가 대표적이다. 당시 고 전 의원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박희태 전 의원이 자신의 비서진을 통해 300만원이 담긴 돈 봉투를 전달했다. 이를 알고 이튿날 곧바로 돌려줬다”고 말했다.
고 전 의원의 폭로는 정치권에 일파만파를 일으켰고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박 전 의원은 폭로 직후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드루킹 일당은 일본 오사카 총영사에 자기 사람을 앉혀 달라는 인사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500만원을 거론하며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인사 관련 청탁을 매개로 돈을 받았다가 실패한 뒤 돌려준 사례도 드물지 않다.
2014년 6ㆍ4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이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에게 1억원을 받았다가 공천이 어렵게 되자 10여 일 뒤 돌려준 새누리당 유승우 전 의원의 부인 최모(63)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