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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았다 돌려준 김경수 보좌관, 과거 박희태 비서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20일 오전 부인 김정순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20일 오전 부인 김정순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정치적 파장 일으킨 '돈 받았다 돌려준' 사례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모(49)씨 일당 중 한 명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보좌관 A씨가 500만원의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과 여권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전 김씨 일당 중 한 명에게 500만원을 빌린 A씨는 지난달 말 이를 되돌려줬다. 돈을 빌린 지 1년 가까이 갚지 않고 있다가 김씨가 구속된 이후에야 갚은 것이다.

A씨는 “개인적인 금전 거래”라고 해명한 뒤 김 의원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A보좌관의 해명이 정확한지는 제가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A씨의 금전 거래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이 때문에 고심하다 경남지사 출마 선언도 연기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의 구조는 단순하다. ‘A씨가 드루킹 일당과 개인적인 금전 거래를 했다. 불법적인 성격이 있는지는 경찰이 밝혀달라’는 것이다.

'드루킹' 김모씨의 본거지인 경기도 파주의 느룹나무 출판사. 경찰은 22일 이곳을 압수수색했다. 장진영 기자

'드루킹' 김모씨의 본거지인 경기도 파주의 느룹나무 출판사. 경찰은 22일 이곳을 압수수색했다. 장진영 기자

수사기관이 밝혀야 할 의문점은 많다. 국회 보좌관은 공무원 4급 상당으로 7000만원대의 연봉을 받는다. A씨가 급전이 필요해 500만원을 빌렸을 수는 있지만, 돈을 빌린 상대가 하필 드루킹 일당이었다는 점이 문제다. 적어도 수백만 원은 빌릴 수 있을 정도의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는 의미인데, 짧은 기간에 그런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A씨는 김 의원이 2016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함께 해왔다.

또 개인적인 금전 거래가 맞는지, 대차관계가 아니라 금품을 건넸다가 문제가 생기자 돌려준 게 아닌지 등도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이다.

비교적 적은 금액을 ‘개인적 관계’로 빌렸다가 다시 돌려줬지만,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휩쓸린 경우가 적잖다.

2012년 고승덕 전 한나라당 의원의 전당대회 봉투 살포 폭로가 대표적이다. 당시 고 전 의원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박희태 전 의원이 자신의 비서진을 통해 300만원이 담긴 돈 봉투를 전달했다. 이를 알고 이튿날 곧바로 돌려줬다”고 말했다.

2012년 1월 국회 정론관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 당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 [중앙포토]

2012년 1월 국회 정론관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 당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 [중앙포토]

고 전 의원의 폭로는 정치권에 일파만파를 일으켰고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박 전 의원은 폭로 직후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드루킹 일당은 일본 오사카 총영사에 자기 사람을 앉혀 달라는 인사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500만원을 거론하며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인사 관련 청탁을 매개로 돈을 받았다가 실패한 뒤 돌려준 사례도 드물지 않다.

2014년 6ㆍ4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이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에게 1억원을 받았다가 공천이 어렵게 되자 10여 일 뒤 돌려준 새누리당 유승우 전 의원의 부인 최모(63)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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