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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과 ‘시그널’ 오간 김경수, 보좌관 500만원도 모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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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드루킹 김동원(49)씨의 연결고리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 의원은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강행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지만 의혹은 사그라들기는커녕 새로운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 안팎에서는 “김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나둘 드러나는 드루킹 연결고리 #보좌관이 개인적으로 빌렸다지만 #돈 언급하며 인사청탁 협박 드러나 #드루킹 구속되자 뒤늦게 돌려줘 #스노든 쓰는 ‘시그널’로 50회 문자 #왜 강력한 보안 필요했는지 의문 #URL 보내고 경인선 게시물 공유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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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김경수 보좌관 500만원 거래=김 의원 보좌관 A씨는 지난 대선 이후 드루킹 측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 이 돈의 성격이 무엇인지도 경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김씨가 지난달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보좌관 A씨와의 500만원 금전거래를 언급하며 협박성 문자를 보낸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500만원을 언급하며 오사카 총영사에 ‘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인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보좌관이 500만원을 빌렸다가 돌려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당사자가 해명해야 할 일이라 본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결국 A씨가 드루킹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단순히 빌린 돈이며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밀메신저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눌 만큼 안면이 있는 김 의원과 드루킹의 관계를 감안할 때 500만원이 단순히 보좌관의 개인적 채무관계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의혹이 남는다.

◆각별한 보안 유지 ‘비밀메신저’=김 의원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연관됐을 가능성은 지난 13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댓글 조작 혐의(업무방해 등)를 받는 드루킹 김씨와 수백 건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내용도 알려졌다. 이튿날인 14일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16일에는 “홍보하고 싶은 기사가 드루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해명에도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보낸 메시지에 기사 주소(URL)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드루킹은 URL 메신저를 받은 뒤 “처리하겠습니다”고 답해 URL 전송이 댓글 공작 지시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김 의원은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텔레그램 일반대화방을 통해 총 14건(같은 기간 김씨는 32건 송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중 10건이 기사 URL이었다. 대선 직전인 ‘막판 실수 땐 치명상…문 캠프 SNS·댄스 자제령’ 기사에서는 드루킹(네이버ID: tuna69)으로 추정되는 인물(tuna****)이 직접 댓글을 달기도 했다. “신중하게 남은 일주일 준비하는 더민주가 믿음직스럽습니다. 19대 대통령은 역시 문재인!”이었다.

경찰은 김씨가 대선 때 김 의원으로부터 전달받은 기사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추천 수를 조작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했는지 조사 중이다. 드루킹도 김 의원에게 지난달 3일부터 체포 전날인 20일까지 모두 115개의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3100여 개의 기사 URL이 담겨 있었다.

◆베일에 가려진 시그널 대화 내용=아직 드러나지 않은 대화가 더 있다는 점도 의문을 키운다. 경찰은 두 사람이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을 통해서도 50여 차례 대화를 더 주고받은 것을 확인했다. 드루킹은 김 의원에게 39번, 김 의원은 드루킹에게 16번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시그널은 텔레그램보다 강력한 보안 기능을 자랑하는 메신저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프로그램을 폭로한 뒤 정보기관의 추적을 받고 있는 에드워드 스노든도 스스로 사용자라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시그널을 통해 대화한 내용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면서도 해당 대화창을 통해 URL이 오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불편한 탓에 일반인은 아예 이런 앱이 있다는 것도 잘 모른다”며 “이를 감수하고 시그널을 썼다는 건 대화 내용이 고도의 보안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설정을 잘 해놓았다면 삭제한 메시지를 복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인선 ‘문재인의 날카로운 칼?’=드루킹이 대선을 앞두고 주도한 문재인 지지그룹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도 김 의원과의 석연찮은 접점이다. 드루킹은 자신의 블로그에 경인선을 일컬어 ‘문재인의 가장 날카로운 칼’이라고 썼다. 대선 경선장에도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드루킹과 경공모가 사실상 비공식 대선 조직으로 활동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특히 광주에서 열린 경선장에서는 김정숙 여사가 직접 경인선 자리로 찾아가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여사의 옆에서 이를 수행한 사람이 김 의원이다. 댓글조작 공범으로 구속된 박모(30·필명 ‘서유기’)씨의 지인 페이스북에는 2017년 3월에 사진 한 장이 등록됐는데, 김 의원이 경인선 회원들과 단체로 찍은 것이었다.

대선 시기 김 의원이 직접 경인선의 블로그 게시물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것도 확인됐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것만 지키면 100% 문재인이 이긴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는 경인선이 블로그에 올린 게시물을 공유한 것이었다. ‘안철수를 현실로 받아들이자’ ‘문재인만은 안 된다는 사람 많다. 이 현실을 인정하자’ ‘문재인 못 찍겠다는 사람들 마음을 이해해 보자’ ‘분노하며 문재인을 (지지하라고) 설득하지 말자’ ‘행동해야 세상이 바뀐다’ ‘좋은 사람에게 설득된다’ 등 6가지 행동수칙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새겨들을 내용이 많네요”라고 썼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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