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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글로벌 미디어 거대 M&A의 빛과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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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강소영 서울디지털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강소영 서울디지털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글로벌 미디어업계가 거대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로 다시 빠져들고 있다. 출판으로 유명한 독일 베텔스만 그룹은 유럽 최대의 TV·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한데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더블데이 출판사와 RCA레코드를 인수했다.

미 워너브러더스 영화사는 M&A를 통해 다매체 다채널 상황의 미디어 창구효과(Window Effect) 바람을 일으켰다. 즉 극장용으로 상영된 영화가 일정 시차를 두고 지상파·위성·케이블TV·비디오 시장으로 흘러가면서 윈도우(창구)라고 불리는 워너뮤직, CNN 뉴스, HBO 유료채널, 타임, 피플지 등 매체별 수평적 경계를 넘으면서 생성되는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2014년 미국 제2의 통신업체 AT&T는 위성방송 사업자 디렉TV를 인수했다. 디렉TV는 미국과 남미에 4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가진 세계 최대의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자다.

AT&T와 타임워너사는 2016년 놀라운 ‘재혼’ 카드를 발표했다. 이들 미디어 수퍼스타의 결합으로 97조원이라는 메가 M&A를 추진 중이다. 현재 미 연방법원에서 인수를 두고 민간-정부 간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을 제기한 미 법무부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콘텐츠 가격이 인상되고 소비자들에게는 선택권의 축소라는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디렉TV는 케이블과 위성방송 시장의 가입자와 타임워너의 인기 케이블 채널인 HBO의 가입자 등을 합쳐 양사의 통합이 오히려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항변 중이다.

지난해 말엔 디즈니-21폭스사의 M&A가 ‘빅뱅’ 같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무려 65조원의 합병을 통해 디즈니와 폭스의 마블 히어로들을 한꺼번에 볼 기회가 열렸다. 1990년 마블 스튜디오로 팔렸던 ‘엑스맨’과 ‘판타스틱4’가 디즈니로 다시 돌아왔고, 폭스사의 ‘겨울왕국’부터 ‘토이 스토리 3’, ‘ 어벤저스’, ‘아바타’까지 한 가족이 됐다. 디즈니-폭스의 결합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등의 독주를 막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초국가 미디어 그룹들은 M&A를 통해 자연스럽게 국경을 넘나드는 ‘문화 월경(越境)’의 시대를 열었다. 한국의 소비자들 또한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트의 수혜자가 되고 있다. 그러나 왜곡된 성(性)문화와 서구의 개인주의적 가치관 등이 비판 없이 유입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1995년 디즈니가 ABC사를 인수할 때 뉴욕타임스는 “디즈니의 오락물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비평했다.

토종 미디어·문화산업의 육성을 통해 우리의 정서와 혼을 담은 다양한 콘텐트가 생산되도록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중국과 일본에서 다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역시 경쟁력은 콘텐트에서 나온다.

강소영 서울디지털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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