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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재능기부"… 14년째 장애아동과 MT 다녀온 대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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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충남 천안시 백석대 체육관.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 신입생인 유혜민(19·여)씨가 장애아동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 신입생 유혜민씨(오른쪽)가 20일 교내 체육관에서 장애아동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사진 백석대]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 신입생 유혜민씨(오른쪽)가 20일 교내 체육관에서 장애아동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사진 백석대]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유씨는 응급구조학과 선배의 도움을 받으면서 아이가 교육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왔다. 난생처음 심폐소생술을 접한 아이는 서툴지만, 유씨가 지도하는 대로 교육을 이어갔다.

신입생·2~3학년 100여명 1박2일 장애아동 20명과 동고동락 #심폐소생술, 산불·산사태 체험 통해 재난·사고 위험성 가르쳐 #전공 통해 배운 지식·경험 나누고 장애인 선입견도 깨는 계기

해마다 학기 초가 되면 대학가는 MT를 떠나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하다. 유명 관광지로 떠난 MT에서는 선배들의 군기 잡기와 과도한 음주, 고성방가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도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는 매년 MT와 신입생 환영회를 장애아동들과 함께 보낸다. 떠들썩한 MT 대신 재능기부와 봉사를 통해 뜻깊은 MT를 보내자는 취지다. 1박 2일간 동고동락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자는 뜻도 담겨 있다. 장애아동과 함께 떠나는 MT는 올해로 14년째를 맞았다.

올해도 장애인의 날(20일)에 맞춰 20~21일 이틀간 교내 체육관과 천안 시내에 있는 안전체험관, 상록리조트에서 장애아동 20명과 함께 MT를 보냈다. 아이들은 모두 천안에 사는 초등학생들이다. 대학에서는 특수체육교육과 신입생과 2~3학년 100여 명이 참가했다.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 교수와 학생들이 20일 오전 교내 체육관에서 장애아동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사진 백석대]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 교수와 학생들이 20일 오전 교내 체육관에서 장애아동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사진 백석대]

올해 MT 주제는 ‘안전’이었다. 제천과 밀양 화재, 경주 지진 등 최근 발생한 자연재해·사고를 되새겨 안전 취약계층인 아이들이 각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체험 위주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아이들은 평소 접하지 못했던 심폐소생술과 산불·산사태 체험, 태풍체험, 수난사고 체험 등을 통해 재난·사고의 위험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유혜민씨는 “다른 학교와는 차별화된 MT를 보내면서 장애아동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중도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마친 대학생들과 장애아동들은 리조트로 자리를 옮겨 조별 장기자랑과 레크리에이션을 선보였다. 이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더 편하게 열릴 것으로 판단해서다.

강유석 특수체육교육과 전공주임교수(학과장) 등 교수들은 1박 2일 내내 학생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해 했다. 간혹 서툰 학생이 보이면 조용히 다가가 조언해주기도 했다. MT의 주체가 학생들이기 때문이었다.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 학생들이 지난 20일 체육관에서 천안지역 장애아동 20명과 함께 MT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백석대]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 학생들이 지난 20일 체육관에서 천안지역 장애아동 20명과 함께 MT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백석대]

집을 떠난 아이들이 낯설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신입생과 2~3학년이 조를 이뤄 잠자리에 함께 들었다. 자신의 곁에 언니·오빠가 늘 함께 있다는 것을 느낀 아이들은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이윤근(24) 백석대 특수교육과 전공장(학회장)은 “배운 지식과 경험을 기부하고 아이들과 공감대를 마련하는 게 MT의 기본 취지”라며 “때론 삼촌과 이모, 형이나 누나처럼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니 거리가 한결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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