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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고준희양’ 친부 “동거녀가 은폐하자 제안”…싸늘하게 쏘아본 동거녀

중앙일보

입력

‘5세 고준희양 학대치사ㆍ암매장 사건’의 친부 고모씨(왼쪽 사진)과 고씨 동거녀 이모씨, 이씨 모친 김모씨. [연합뉴스]

‘5세 고준희양 학대치사ㆍ암매장 사건’의 친부 고모씨(왼쪽 사진)과 고씨 동거녀 이모씨, 이씨 모친 김모씨. [연합뉴스]

‘5세 고준희양 학대치사ㆍ암매장 사건’의 피고인인 준희양 친아버지가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았다”면서 일부 학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거녀가 준희양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면서 책임을 동거녀에게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고준희양 암매장 친부 “거짓말이 거짓말 낳았다” #학대 인정하면서도 책임 떠넘기는 모습 보여줘

20일 준희양 친부 고모(37)씨와 고씨 동거녀 이모(36)씨, 이씨 모친 김모(62)씨 등 3명에 대한 네 번째 재판이 20일 오후 전주지법 2호법정(부장 박정제)에서 열렸다. 셋은 수의를 입은 채 나란히 법정에 섰다.

이날 고씨는 “애부터 살리려고 했는데 동거녀가 사건을 은폐하자고 제안했다”며 “(동거녀가) 걱정돼 범행에 동참하지 않은 것처럼 진술했는데 동거녀는 되레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면서 원망을 나타냈다. 그러자 이씨는 싸늘한 눈빛으로 고씨를 쏘아봤다.

고씨는 또 일부 학대 사실을 인정했다. 고씨는 “준희를 때린 적은 있지만 지난해 4월 무렵에는 때리거나 발로 밟지 않았다”며 “준희가 아팠어도 감췄고 아동학대로 처벌받을까 봐 두려워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고씨는 아픈 딸의 치료 등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는 비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다. 고씨는 선천성 갑상샘 기능저하증을 앓던 준희양에게 약을 먹여본 적이 없고 진료ㆍ진단ㆍ치료 등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사건 직후 피고인 모두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점에 대해 고씨는 “수사기법 중인 디지털 포렌식이 있다고 들었다”며 “동거녀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자 등을 없애려고 그랬다”며 범행 은폐 사실을 실토했다.

고씨와 이씨는 지난해 4월 준희양의 발목을 수차례 밟아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 빠트리고 방치해 준희양이 숨지자 같은 달 27일 오전 2시쯤 내연녀 모친인 김씨와 함께 시신을 군산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같은 해 12월 8일 허위 실종신고를 해 3000여 명의 경찰력을 낭비하게 했으며, 준희양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12월 양육수당을 허위로 신청해 매달 10만원씩 총 7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이들은 아동학대치사와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회보장급여의 이용ㆍ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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